동결시 美와 1.5%p 차이 가능성
외국인투자자 자본 유출 우려↑
금리 인상시 실물 경제 부담 가중
한국은행이 다음 주로 다가온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5%대의 고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금리를 인상하면 실물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동결할 경우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용인하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게 돼 외국인투자자의 자금 유출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은이 동결을 선택하면 한·미 간 금리 격차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확대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앞서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해 0.5%에 머물던 기준금리를 현재 3.50%까지 끌어올렸다.
이 같은 통화정책에도 지난 1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한은이 물가를 잡기 위해 2월 금통위에서 한 차례 더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미 연준이 지난 1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4.50~4.75%가 됐다. 한은이 금리 동결을 선택하고, 미 연준이 3월 FOMC에서 베이비 스텝을 단행하면, 한·미 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50%p까지 벌어진다.
미 연준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2%대로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느려졌고, 고용시장은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4% 올랐다. 작년 12월(6.5%)보다는 줄었지만, 시장 추정치(6.2%)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반면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51만7000개 늘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한 실업률도 3.4%로 집계돼 지난 1969년 이후 5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 연준이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은도 외국인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를 소폭 올릴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한은의 통화정책은 한국 정부로부터 독립했지만, 연준으로부터는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 기준금리를 신경써야만 하는 부분이 있다"며 "한국의 기준금리는 아직까지도 미국보다 쳐져 있기 때문에 갭이 계속 벌어지는 것을 감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지금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마치 금리가 고점에 왔다는 신호를 시장에 일찍 주게 되는 효과가 있다"며 "한은도 그 부분은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은이 경제 성장과 부동산 시장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도 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한은의 물가 목표치(2%)가 달성되기 위해선 고금리 상태가 장기간 지속돼야 하는데, 국내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뒷받침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금리 인상 시 가계와 기업의 대출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질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부채가 많은 중소기업들의 경우 도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하는 상황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가치가 지속 하락하면 소비가 위축돼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경계감도 여전한 상황이다. PF 사업장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2~3 금융기관의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 금융권(카드사 제외)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은 1조1465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말(4838억원)보다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 교수는 "국내 상장 기업의 30% 정도가 이자도 못 낼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어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도 있고, 외국인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소폭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며 "두 선택지를 놓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