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LG그룹 내 대표 전자계열 3사 수주잔고와 맞먹어
올해 전장 부문 매출, 사상 최대 달성할 것으로 기대
LG전자가 전통 가전제조사에서 미래차 산업을 이끌 전장 기업으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전장 사업이 '미래 먹거리' 타이틀을 벗고 실제 전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이끌어가는 축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전자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LG전자의 전장 사업을 맡은 VS사업본부의 수주 잔고가 올해 말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연말 기준 LG그룹 내 대표 전자계열 3사(LG전자·LG이노텍·LG디스플레이) 수주잔고를 합친 금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는 LG전자 내의 전장사업부 실적이 급속도로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LG전자의 2021년 기준 수주 잔고가 60조원, 지난해 기준이 80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년 만에 40조원의 신규 수주를 따내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현재 전장사업부의 신규 수주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북미 전기차 업체들이 모터를 비롯한 구동계 수주를 예상보다 늘리고 있다"며 "올해 전장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10조8000억원으로 예상되며 사상 최대 매출 달성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VS사업본부로 출범한 LG전자 전장사업은 2015년 4분기를 제외하고 25개 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내다가 9년 만인 지난해 2~4분기에 들어서야 처음 연간 흑자(1696억원)를 달성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은 8조649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회사 전체 매출 대비 10.4%의 비중을 넘겼다.
우선 LG전자는 VS사업본부나 LG 마그나 이파워트레인, ZKW 등 전장 주력 사업부를 통해 전장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 중인데 주로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엔터테인먼트),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장치), 차량용 램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소위 '차체만 빼고 다 만드는' 전기차 풀 라인업 포트폴리오를 강화중이다.
LG전자에 따르면 제품별 수주잔고 비중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품이 60%대, 전기차 부품이 20%, 차량용 램프가 10%대를 구성하고 있다. 크게 3개 축으로 전장 주력사업 포트폴리오가 갖춰진 것이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에서는 이미 글로벌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글로벌 전장사업 시장 규모 증가에 힘입어 LG전자 VS사업본부의 성장세가 올해를 기점으로 대폭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전장사업 시장 규모는 2024년 4000억 달러(약 480조원), 2028년에 7000억 달러(약 84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LG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기대되고 있다.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LG이노텍 역시 전장부품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LG디스플레이 역시 기업 미래 먹거리 중 하나를 전장용 디스플레이에서 찾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LG전자는 BS사업본부 산하에 EV충전사업부를 신설하며 차세대 먹거리인 전기차 충전 솔루션 사업으로까지 발을 뻗었다. 최근 경기 평택시 LG디지털파크 내에 전기차 충전기 생산 라인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르면 올 상반기 중 가동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LG전자는 자동차 개발에 필수적인 사이버보안 관리체계 인증을 마쳤다. 지난해 7월 이후 개발에 들어가는 모든 차는 해당 인증을 받아야만 유럽경제위원회 협약국에 출시할 수 있다. 협약국에는 EU, 일본, 오세아니아 등을 포함해 56개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어, 전장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겐 필수적인 관문이다.
LG전자는 해당 인증으로 56개 국가들에 차량을 판매하는 완성차 고객들에게 철저한 사이버보안을 탑재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및 텔레매틱스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포문을 연 셈이라는 평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수주 잔고가 미래 수익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수년간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글로벌 전장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는 물론 LG전자의 연간 매출액보다 전장 수주잔고가 커지는 밑그림이 나오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전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전장이 견인하는 모양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