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회복 통한 실적 개선 기대감 여전
주가 선 반영…높아진 밸류 부담 커져
화물 특수 실종에 환율 상승도 부정적
최근 해외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비자 제한 해제 조치에도 항공주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수요 회복을 통한 실적 개선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이러한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선 반영되면서 주춤한 모습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주가가 전일대비 500원(2.13%) 하락한 2만300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31일 종가가 2만425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달 들어 5.15%(1250원) 떨어진 것인데 이는 지난달 주가가 5.66%(2만2950원→2만4250원) 상승한 것과는 다소 대비되는 모습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주가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1월에는 주가가 9.29%(1만4000원→1만5300원) 올랐지만 이달 들어서는 9.87%(1만5300원→1만3790원) 내리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는 저비용항공사(LCC)들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9.40%(1만4900원→1만6300원) 상승했던 제주항공 주가는 이달 2.94%(1만6300원→1만5820원) 하락했다.
에어부산(4580원→4060원)과 티웨이항공(3400원→3025원)도 이달 들어 각각 11.35%와 11.03% 내리는 등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진에어는 이달 들어 8.31%(1만7450원→1만6000원) 하락하며 지난달 말(12월29일 종가·1만6450원)보다도 낮아진 상태다.
이러한 주가 약세는 최근 엔저 효과로 인해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 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중국 정부가 지난 18일부터 한국인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 제한 조치를 해제하는 등 호재가 나오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당초 우려됐던 운항편 부족 상황도 최근 항공편 증편으로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내달부터 12개 노선 주 40회 운항을 증편하며 국제선 노선 확대에 나섰고 앞서 정부도 수요 확대가 기대되는 중국발 항공편을 주 62회에서 이달 말까지 주 80회로 증편하고 3월부터는 주 100회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말과 연초 항공주들의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상황과도 결부돼 있다. 수요 확대를 통한 실적 개선 기대감이 선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국가간 이동 통제가 해제되면서 전 세계 항공주들의 주가는 급등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주요 항공사 29곳의 주가를 바탕으로 집계하는 ‘세계 항공주 지수’는 지난 2일 84.35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초 장중 62.46까지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이후 35%나 올랐다.
국내 증시에서도 에어부산과 티웨이항공은 올 들어 각각 49%(2725원→4060원)와 22.22%(2475원→3025원) 상승했다.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하면 상승률은 108.20%(1950원→4060원)와 95.16%(1550원→3025원)에 달한다.
수요 회복 기대감이 선 반영되면서 주가가 급등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과도하게 높아진 상태로 일정 기간 조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달 1270원대에서 1230원대로 내렸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들어 다시 1300원선을 넘나들 정도로 환율 상황이 악화된 것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항공기 리스(대여)와 항공유 구매시 결제 통화가 달러여서 국내 항공사들의 입장에서 환율 상승(달러 강세)은 비용 부담 증대로 직결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0원 오른 1304.9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3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 19일(1302.9원) 이후 처음이다.
또 코로나19로 특수를 누렸던 항공화물 수요 감소도 주가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다.
하나증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1월 화물 수송 실적은 20만2000톤으로 전년동월대비 24.7% 감소했다. 항공 화물 운임도 가파르게 하락 중으로 지난 5월에 9.69달러/kg을 기록했던 북미-홍콩 노선의 항공 화물 운임이 12월에는 6.50달러/kg를 기록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항공 화물 수요가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는데 이제는 코로나19가 초기 발생했던 2020년 1월과 유사한 수준으로 코로나19 특수는 거의 사라졌다”며 “경기 둔화에 따른 항공 화물 자체 수요 둔화와 더불어 컨테이너선 수요 부진 및 벨리카고 공급 확대 영향에 따른 수급 악화가 화물 매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