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베토벤'서 장교 역...피초크 커버 역도
3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하우스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지난달 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개막한 뮤지컬 ‘베토벤 ; Beethoven Secret’(이하 ‘베토벤’)은 개막 이전부터 기대가 높았던 작품이었다. 박효신, 옥주현, 박은태, 카이, 조정은 등 화려한 캐스팅에 스테디셀러 뮤지컬을 만든 ‘거장 콤비’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타 르베이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더해 ‘불굴의 의지’로 고난을 극복한 인간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이라는 인물도 워낙 매력적인 소재다.
관객들에게 기대를 모았던 것처럼, 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배우 백시호에게도 ‘베토벤’은 그런 작품이었다. 극중 ‘장교’ 역으로 출연하면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그간 연극부터 드라마, 영화를 거쳐 뮤지컬 무대에 오르기까지 무려 18년의 시간 동안 한계 없는 도전을 이어오고 있는 백시호 배우의 ‘장교’는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배우가 되고자 했던 계기가 있었나요?
처음부터 배우를 꿈꾸진 않았습니다만,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던 차에 우연한 계기로 연극 ‘청춘예찬’을 보게 되었습니다. 무대를 보면서 ‘나도 저 무대에 있고 싶다. 지금 내 모습의 삶이 아닌 여러 가지 삶을 살아보고 싶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때부터 배우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데뷔 당시와 지금 스스로에게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배우 활동을 한지 벌써 18년이 되었습니다(웃음). 저는 부산에서 연희단거리패의 작품 ‘로미오를 사랑한 줄리엣의 하녀’라는 작품을 통해 2005년부터 배우로 무대에 섰는데요. 데뷔할 때와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꼽자면 ‘마음가짐’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겠네요. 데뷔 때의 마음가짐이 ‘무조건 열심히!!’였다면, 지금은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 어떤 역할을 맡던 잘 해내야 한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긴 시간 동안 힘든 상황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서기 시작하면서 춤에 빠져 정신없이 춤을 배웠어요. 그러면서, 자연히 뮤지컬 장르에서 최고의 춤꾼이 되어보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는데, 31세가 되니 노래가 하고 싶어졌고, 무대 위에서 저의 목소리로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해서, 어떻게든 작은 배역이라도 무대에 설 수 있기 위해 레슨을 받으면서 최선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다면요?
아버지의 말씀이 지금도 저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입니다. 31세, 한참 힘들 때 제가 아버지께 전화를 드려 여쭸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지금 하시는 일이 재미있으세요?’라고요. 아버지는 ‘그럼! 재미있지! 아빠는 이 이 일이 천직인 것 같다’고 하셨어요. 저 역시 이 일(배우)이 너~무 재미있다고 답했고요. 이렇게 통화를 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된 계기는 있을까요?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2005년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방송, 영화, 연극만 있는 줄 알았죠. 그러다가 뮤지컬을 처음 접하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세상에! 춤추고, 노래하고, 말까지 하다니!’ 매우 신나고 재미있어서 그 뒤로는 뮤지컬 무대에만 서고 있습니다.
-현재는 뮤지컬 ‘베토벤’에 출연하고 있죠.
뮤지컬 ‘베토벤; Beethoven Secret’의 오디션 공고가 났을 때 공고에 역할이 많았고, 역할을 맡고 싶어서 지원했습니다. 다행히도, 역할을 겸하면서 할 수 있다는 말씀에 안무 오디션에 참가해 운 좋게 합격하여 장교 역할로 지금 무대에 설 수 있게 됐습니다.
-워낙 유명한 음악가의 노래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 배우로서는 영광이기도, 부담이기도 했을 것 같은데요.
매우 부담됩니다(웃음). 베토벤의 음악에 가사를 붙여 노래를 부를 때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혹시 잘못 표현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부담이 많았습니다만, 그만큼 더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극중 장교 역을 맡고 있어요. 어떤 캐릭터인지 설명해주세요.
극중 장교는 군인답게 자신의 생각과 신념이 뚜렷한 캐릭터 입니다. 그런 장교에게 베토벤은 예의 없고 자기 멋대로 사는 귀족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죠. 자신이 생각하는 태도와 교양이 없다면 철저히 무시하고 조롱하는 인물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백시호 배우가 생각하는 이 캐릭터의 매력은?
장교 역의 매력은 아무래도 자신감 아닐까요? 많은 전쟁을 경험하며 그 때마다 자신만의 판단과 결정으로 승리를 이끌어 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보니, 귀족 사회에서도 인정받고, 그의 주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고, 궁정 극장 장면에서 베토벤을 비아냥거리며 조롱을 해도 귀족들이 장교의 말을 옹호하며 그와 태도를 함께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대에서 장교의 어떤 모습을 부각시키고자 했나요?
태도(자세)입니다. 귀족사회에서 군인 신분으로써 올곧은 자세는 저의 캐릭터를 더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안무가 아닌 이상 항상 가슴을 치켜세우고 턱은 당기고 당당한 자세로 자신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직 피초크 역으로 무대에 오르진 못했지만, 커버를 맡고 있다고요.
피초크 역 연습은 연습 기간 때부터 틈틈이 연습을 진행했었는데요. 연습 기간 중 이정수 배우가 일정 상 연습에 참여를 못했던 적이 있었는데, 제가 대신했었죠. 그때 제 소리가 워낙 무겁다 보니 이정수 배우의 피초크를 생각하며 노래도 가볍게 부르려 연습도 하고, 자유로운 마인드를 가지고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이나 말투도 연습했었습니다.
-작품에 함께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창작 작품은 관객 분들께 잘 다듬어진 작품을 선보이려 많은 수정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수정을 할 때마다 새롭게 익혀야 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배우들과의 연습은 어땠나요? 연습 당시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연습 당시 소소한 즐거움이 많았습니다. 창작 초연작이다 보니 배우들끼리 더욱 유대감도 강해지기도 하고, 저희 안에서 즐거움을 많이 찾았던 것 같습니다.
-아직 ‘베토벤’을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작품의 매력을 어필해 보자면?
베토벤의 음악이 현대로 와서 어떻게 해석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웃음)
-이번 ‘베토벤’은 백시호 배우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거장의 곡으로 제가 감히 노래를 불러볼 수 있음에 그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백시호 배우의 최근 가장 큰 고민거리는 무엇인가요?
배우로써의 고민이 가장 큽니다. 어떻게 노래를 하면 더 잘할까, 어떻게 하면 표현을 더 잘해낼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입니다.
-그간 다양한 작품들에 출연하셨는데, 다시 하고 싶은 혹은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혹은 캐릭터)이 있을까요?
저는 뮤지컬 ‘영웅’에 안중근 역할을 도전하고 싶어요. 뮤지컬 ‘영웅’ 초연 오디션 당시 오디션에 떨어지고 또 도전하고 또 도전해서 삼연 공연에 앙상블로 합격을 하게 되었어요. 그때는 영웅이란 작품에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기쁨이었는데, 작품을 하면서 안중근 역할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 분의 삶을 무대에서 꼭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큽니다.
-백시호님의 배우로서의 삶 속에서 터닝포인트가 된 사건이 있다면?
단편 영화를 촬영하고 나서, 연기에 대한 욕심이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그 이후로 방송과 영화에도 계속 도전을 하고 있어요. 무대 언어와 방송·영화의 언어가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각 분야에 맞게 연기를 더 잘하고 싶어 요즘 연기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백시호 배우의 올해 목표, 또 최종 목표도 궁금합니다.
앙상블로 장기간 활동한 다른 배우들의 꿈과 동일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의 역할을 오디션을 통해 당당히 합격하는 것! 이것이 올해 목표입니다. 최종 목표는 ‘이 배우는 믿고 볼 수 있어. 연기를 너무 잘해’라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되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