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만 적립금 19.3% 급증
DC형 수익률 2%대 달성 유일
하나은행의 지난해 퇴직연금 성장률이 국내 은행들 중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수익률까지 선두를 차지하며 은행과 고객 모두 윈윈하는 성적을 거뒀다.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은행 사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들의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은 170조8273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4.2% 늘었다.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모든 퇴직연금 상품을 더한 액수다.
DB형은 은행의 운용 성과와 별개로 퇴직 근로자에게 정해진 금액을 내주는 퇴직연금이다. 반면 DC형은 근로자가 자신의 적립금을 직접 투자처에 분배해 연금을 불릴 수 있는 상품이다. IRP는 근로자가 은퇴 시 받은 퇴직금을 운용하거나, 재직 중인 근로자가 DB·DC형 외에 추가로 돈을 적립해 운용할 수 있는 퇴직연금이다.
유형별로 보면 우선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이 79조403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2.8% 증가했다. DC형 역시 53조1401억원으로 적립금이 10.4% 늘었다. IRP 적립금도 38조2842억원으로 23.2%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성장률이 20%에 육박하며 최고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7조2738억원으로 19.3%나 늘었다. 은행권 평균 증가율을 5.0%포인트 넘게 웃도는 수치다.
그 다음으로는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35조178억원으로 16.0% 늘며 성장률이 높은 편이었다. 국민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도 31조5151억원으로 15.2% 확대되며 은행권 평균 증가율을 웃돌았다.
이밖에 은행들의 조사 대상 기간 퇴직연금 적립금 성장률은 ▲NH농협은행 13.7% ▲우리·광주은행 12.6% ▲DGB대구은행 11.8% ▲BNK부산은행 10.9% ▲BNK경남은행 10.1% ▲KDB산업은행 9.4% ▲IBK기업은행 9.0% 순이었다.
하나은행은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에서도 1등을 차지하며 눈길을 끌었다. DC형 퇴직연금은 자산운용의 성과가 가입자의 이익으로 직접 연결된다는 점에서 수익률의 중요성이 더 큰 상품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나은행의 원금보장 상품 기준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2.08%로 은행들 중 최고를 나타냈다. 특히 유일하게 2%대를 기록하면서 한층 두각을 드러냈다. 이밖에 은행들의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KB국민은행 1.89% ▲신한은행 1.88% ▲경남·광주은행 1.85% ▲우리은행 1.84% ▲부산은행 1.81% ▲기업은행 1.80% ▲대구은행 1.76% ▲산업은행 1.75% ▲농협은행 1.72% 등으로 모두 1%대에 머물렀다.
결과적으로 하나은행의 사례는 은행이 고객들에게 유리한 수익률을 제공한 결과가 남다른 적립금 확대로 이어졌다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퇴직연금 수익률 관리를 둘러싼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꾸준하게 파이가 커질 수밖에 없는 시장이란 점에서 적립금 확보 경쟁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메리트가 수익률인 만큼,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자산운용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