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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해법] ② 'DJ·오부치 선언' 계승, 한일관계 새 전기


입력 2023.03.07 00:00 수정 2023.03.07 00:00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한국의 주도적 해법 제시에 세계 주목

日, DJ·오부치 선언 언급하며 우회 사죄

바이든, 1시간 만에 성명 내고 "환영"

외신들 "분쟁을 끝내기 위한 전진" 평가

지난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윤석열 정부가 6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 해법을 내놓으면서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일본 전범기업의 사죄와 손해배상이 우선이라는 기존의 수동적 입장에서 벗어나 한국 주도의 해법을 내놓고 일본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피해자들의 수용, 일본의 적극적 화답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지만, 말뿐이 아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 결단을 대내외에 보여줬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는다.


우리 정부의 해법 발표에 맞춰 일본 정부는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이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고 말했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는 일본의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가 담겨 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으나 강제징용 문제에 있어서 일본 정부가 소극적이나마 '반성과 사죄'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이날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해 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해법에 대해서는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한국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한 대응에 협력해 가야 할 중요한 이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가장 가까운 두 동맹국 간의 획기적인 협력과 파트너십의 새로운 장(new chapter)을 열었다"며 "미국은 이번 새로운 합의를 지속적인 발전으로 이어가려는 한국과 일본의 지도자들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앞으로 한미일 3국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은 우리 정부의 발표 이후 약 1시간여 지난 뒤 나온 것으로, 그만큼 미국의 기대가 컸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외신들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 정부의 의지로 평가했다. AP는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안보 협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보도했고, 블룸버그는 "한국과 일본이 모든 유대에 악영향을 준 분쟁을 끝내기 위한 전진을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피해자 설득과 日의 진정한 화답 과제
공은 일본에...국제사회 압박 커질 듯
반일감정을 국내정치에 이용한 文과 차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P/뉴시스

첫발은 내디뎠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먼저 정부 차원에서 피해자 및 유족들이 수용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 지속돼야 한다. 특히 25년 전 선언보다 미래지향적인 일본 정부의 입장과 함께, 전범 기업들의 피해자 보상을 위한 진정성 있는 조치도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긍정적인 대목은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법을 내놓으면서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WP에 따르면, 한일관계 전문가인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연구원은 "(해법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할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에 있다"고 했으며, 벤저민 엥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교수는 AFP 인터뷰에서 "일본 측의 조치가 없다면 한국 정부의 발표는 별 의미가 없을 것"며 "(관건은) 이제 일본이 무엇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무엇보다 강제징용 문제를 방치함으로써 한일관계 악화롤 초래한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 진일보했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취임 직후 2015년 한일 위안부 협정을 사실상 파기한 문재인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에 있어서도 강경 노선을 취했었다. 심지어 집권여당이던 민주당은 '토착왜구' '죽창가' 등의 구호로 반일감정을 자극해 국내정치에 이용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지일파로 통하는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강제징용 문제는 역대 정권에서 폭탄 돌리기식으로 아무도 손대려고 하지 않았다"며 "문재인 정권은 박근혜 정부가 맺은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해 놓고 대책 마련은 모른 채 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어떤 해결책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비판과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며 결단을 내렸다. 우리 정부의 주도적 해결 노력은 과거와 달리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력이 높아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한국이 돈이 없어서 일본 기업의 참여를 요구한 게 아니다. 일본 정부는 과거 협정만 내세우지 말고 한국 정부의 결단에 성의 있게 호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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