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 후폭풍 이어지는 가운데
지나친 선정성 지적도 이어져
‘그것이 알고 싶다’와 ‘PD수첩’의 PD들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만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등을 연출하며 새 분야에 도전하기도 하지만 사이비 종교 또는 강력계 형사들의 수사 현장을 파헤치며 그간 쌓은 역량을 발휘, ‘윈윈’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만 스케일만 커진 것이 아닌, 그 내용의 자극성도 함께 높아지면서 우려의 시선도 함께 이어지고 있다.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을 연출했던 조성현 PD가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를 제작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을 비롯해 오대양 박순자, 아가동산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등 신을 사칭한 이들의 실체를 파헤치는 8부작 시리즈로, 그들의 충격적인 만행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나는 신이다’ 초반 정명석의 성범죄 내용이 고스란히 담긴 녹취록까지 공개가 되면서 더욱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첫 회에서는 정명석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한 메이플이라는 홍콩 여성의 폭로가 담겼는데, 그가 공개한 녹취록에서 정명석이 “나 꽉 껴안아 줘” 등의 말을 하며 추행하는 음성이 그대로 포착이 됐던 것. 이 충격적인 내용은 각종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서도 빠르게 퍼졌고, 시청자들도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배정훈 PD는 웨이브를 통해 사건 발생부터 검거까지 ‘끝을 보는’ 강력계 형사들의 이야기를 기록 중이다. 이 프로그램 역시도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면서 살인사건부터 마약, 절도 등 다양한 실제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강력계 형사들의 치열한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다.
앞서 MBC ‘PD수첩’의 장호기 PD가 넷플릭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피지컬: 100’을 연출하면서 새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데 이어, 지상파 시사, 교양 PD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장르로도 OTT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신이다’ 공개 직후 이어지는 파급력을 생각하면, 시사, 교양 장르 역시도 OTT에서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공분을 사고 있는 JMS 정명석 총재 사건 공판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며, 부모가 JMS 신도라는 의혹이 불거진 DKZ 경윤 측은 “가족들이 운영하던 업체는 즉시 영업을 중지함과 동시에 특정 단체와 관련된 모든 부분을 확인해 탈교 및 향후 어떠한 관련도 없을 것임을 명확히 말씀드린다”며 빠르게 사과했다.
그간의 TV 프로그램들은 담아내지 못했던 다소 수위 높은 증거들까지 담아내면서 충격을 선사한 ‘나는 신이다’의 연출 방식이 더욱 큰 파급력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그간 지상파가 축적해 온 자료 또는 역량을 바탕으로 한층 과감한 시도를 하면서 윈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끌어내기도 한다.
다만 ‘나는 신이다’가 피해 당사자가 원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피해 음성까지 담긴 녹취록으로 포문을 연 점 등 연출 방식이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또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처럼, ‘PD수첩’, ‘그것이 알고 싶다’의 OTT 버전이 마냥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만은 아니다.
특히 방송법의 적용을 받는 기존 TV 프로그램과 달리, OTT는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에 OTT 콘텐츠는 유해 사이트나 불법 정보 유통 등에 대해서만 규제를 받기 때문에 심의 기준이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이 있다. 예능, 드라마, 영화는 물론, OTT가 실제 사건 등을 바탕으로 하는 시사, 교양의 영역까지도 아우르면서 그 위험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OTT 사업자가 콘텐츠 등급을 자율적으로 분류하는 ‘자율등급제’ 5월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더욱 느슨해진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OTT의 영향력은 커지고, 영향이 미치는 분야 역시도 광범위해지는 등 최근 빠르게 변화가 이뤄지는 만큼 OTT의 특수성을 고려한 규제 정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