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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코로나19 물러가니…‘여행 예능’ 자기복제 시작하는 예능가


입력 2023.03.11 14:40 수정 2023.03.11 14:41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우후죽순 여행 예능에 높아지는 피로감

코로나19로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자, 지상파, 케이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할 것 없이 모두가 해외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다시금 자유롭게 새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은 잠시였다. 배경만 달라졌을 뿐, 특색은 찾아볼 수 없는 비슷한 여행 예능들이 쏟아지면서 시청자들의 피로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친한 지인들과 여행을 떠나는가 하면, 가족들과 자유 여행을 떠나 티격태격하는 과정을 그리기도 한다. JTBC ‘뭉뜬리턴즈’는 7년 만에 다시 돌아온 ‘뭉뜬’ 4인방 김용만, 김성주, 안정환 정형돈의 배낭 여행기를 그리고 있으며, KBS2 ‘걸어서 환장 속으로’는 연예인 가족들의 좌충우돌 해외여행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배우 조진웅, 최원영, 권율, 박명훈 등이 해외에서 캠핑을 하는 tvN ‘텐트 밖은 유럽’ 비롯해 연예인들이 직접 발로 뛰며 만든 여행 코스를 선보이는 KBS2 ‘배틀트립’, 해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tvN ‘서진이네’, 디오, 지코, 크러쉬 등 여섯 남자들의 여행기 다루는 SBS ‘수학 없는 수학여행’, ENA ‘지구마불 세계여행’ 등 다수의 여행 예능들이 방송 중이거나 또 곧 방송된다. 배우 하정우, 주지훈, 최민호, 여진구가 청춘들을 여행 보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로드 트립 티빙 ‘두발로 티켓팅’까지. OTT도 예외 없이 여행 예능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기간 동안 ‘집콕’ 생활을 하며 느끼던 답답함을 시원하게 해소해 주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대면을 최소화하며 스튜디오에서만 진행되던 예능프로그램들에서 이국적인 풍경을 다시 만나는 반가움도 물론 있었다.


그러나 친한 이들이 모여 해외로 떠나 관광지를 구경하거나 또는 자연 풍광을 만끽하는 그림 외에는 특별한 재미를 느낄 수 없는 전개들이 이어지면서 시청자들의 혹평을 유발하기도 한다. 물론 그중에서 그간 예능에서 보지 못했던 조합 또는 찾아가지 않았던 장소를 찾아가며 변주를 시도하는 프로그램도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출연자들의 여행 과정을 그저 관찰하며 힐링에 방점을 찍는 콘셉트가 주를 이루다 보니 ‘끼리끼리 놀러 가는 것 아니냐’는 혹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한 경우 코로나19 이전의 출연자 포맷을 그대로 이어가는 ‘배틀트립’, ‘뭉뜬리턴즈’ 등이 다시금 시청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물론, 외부 상황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중단이었으나, 이미 수년이 지난 이후 당시의 콘셉트를 단순 반복하는 것에 의문의 시선이 이어지기도 한다.


‘배틀트립’은 1%대 시청률 기록 중이며, ‘걸어서 환장 속으로’, ‘뭉뜬 리턴즈’는 2%대 시청률 기록하는 등 ‘서진이네’ 비롯한 일부 예능을 제외하면 다수의 예능프로그램들이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방송가에서 여행 예능을 멈춘 사이, 유튜브에서 여행 콘텐츠가 흥하며 인기 크리에이터들이 활발하게 활약 중이다. 빠니보틀과 곽튜브는 100만 명을 훌쩍 넘는 구독자를 보유 중이며, 원지 또한 5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 중인 인기 유튜버다. 1인칭 시점으로 최대한 현실에 밀착된 유튜버들의 전개 방식을 익숙하게 접하던 시청자들은 TV 여행 예능을 보며 ‘지루하다’고 평가를 하기도 한다.


이렇듯 시청자들의 선호 방식은 달라졌지만, 방송가는 코로나19 이전의 문법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돌아온 여행 예능을 향한 반가움의 유효기간도 끝난 현재, 방송가의 게으른 기획을 다시금 되돌와 봐야 할 시점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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