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李 주변에 죽음 그림자 짙어…책임감 느껴야"
권성동 "李, 죽음을 자기방탄에 악용…정치 그만둬야"
박대출 "의문사 진상규명위라도 설치해야 답할 건가"
이재명은 '묵묵부답'…조문 후 '유서' 관련 답변 없어
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지난 9일 숨진 채 발견된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고(故) 전모 씨가 이 대표를 향해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면서다. 벌써 이 대표와 관련한 인물의 죽음이 다섯 번째에 이르는 만큼 국민의힘은 무고한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치권에서 물러나 죗값을 치르라는 메시지를 내며 이 대표의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소형원자로(SMR) 관련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간접살인'에 책임지라고 했더니 이재명 후보 측에서 저를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소한 적이 있지만, 그런 형태로 대처할 게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들께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제1야당 대표 주변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너무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것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현안"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는 대선 국면이던 지난해 1월 이른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최초 제기했던 이모씨가 숨진 사실이 알려지자 "이재명 후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이들이 한달 새 3명이나 사망했다. 연쇄 간접 살인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존재 자체가 해악이며 비극이다.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며 높은 수위의 비판을 가했다. 권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故) 전 전 비서실장의 사망 사실을 언급하며 "오늘 이 대표는 '수사 광기', '미친 칼질'을 운운하며 검찰을 비난했다. '억울한 죽음 두고 정치 도구 활용 말라'고도 했다"며 "측근의 죽음을 악용했던 당사자는 이 대표 본인이다. 고 김문기 씨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고, 고 유한기 씨에 대해서는 '어쨌든 뭐 명복을 빕니다'라고 했다. 그야말로 기괴한 도덕성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말처럼 수사가 원인이라면, 그 수사의 원인은 무엇이냐. 바로 이 대표 자신이 아닌가. 지금 이 대표는 거짓말조차 자승자박을 당하고 있다"며 "(이 대표는) 죽음을 자기 방탄의 재료로써 맘대로 악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당 대표는 물론,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와 권 의원이 이 대표를 향해 이처럼 수위 높은 비판을 꺼낸 이유는 지난 9일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전 전 비서실장의 유서에 이 대표를 향해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같은 표현이 현재 이 대표 등과 관련된 각종 의혹 사건으로 인한 피해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의 과거 발언을 소환하면서 비판 행렬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15년 7월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가정보원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관련한 유서를 남기고 숨진 국정원 직원의 유서와 관련해 "아무리 봐도 유서 같지가 않네"라며 "내국인 사찰을 안 했으면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자살하나요?"라는 반응을 게재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이 같은 발언이 담긴 이 대표의 당시 트위터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자살하나요?'는 이 대표의 말이다. (숨진) 5명은 무슨 잘못을 했나. 공통점은 이 대표와 엮였다는 것뿐"이라며 "이 대표가 8년 전 자신의 물음에 답할 때가 됐다. 의문사 진상규명위라도 설치해야 하겠냐"고 따져 물었다.
이 같은 비판에 이 대표는 어떠한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고(故) 전 전 비서실장의 사망 사실이 알려졌던 10일 오전에 이 대표는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이냐"라고 말하며 자신의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서 내용이 공개된 이후 이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으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고 전 전 비서실장의 조문을 위해 이날 오후 예정된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오후 12시50분쯤 빈소에 도착해 7시간 가까이 기다려 조문을 마친 뒤에도 유서와 관련해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도 '유서에 이 대표에 대한 서운함이 담겨 있는데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이 있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런 거 없다"면서 "유족들과의 대화에서도 유서 얘기는 없었다"고 답했다.
한편, 이 대표의 각종 의혹과 관련된 인물의 죽음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2021년 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받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해 1월에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인 이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고, 7월에는 이 대표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의혹 관련 조사를 받던 40대 남성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