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증권사 영토 확장, 걸림돌은 금융 시장 불안?


입력 2023.03.15 15:32 수정 2023.03.15 15:32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금투업계 업무 확대 필요성 목소리 높아져

금융당국도 업권별 장벽 해소 긍정적 ‘주목’

SVB 파산·시그니처銀 폐쇄…불확실성 증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게티이미지뱅크

금융투자업계에서 증권사의 업무 영역 확대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도 업권별 장벽 해소에 긍정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어 향후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최근 증대되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시작된 증시 침체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수익 다변화 필요성이 대두된 가운데 이를 위한 업무 영역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사장은 전날 14일 열린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에 참석해 증권사의 영역 확장 필요성을 언급했다.


증권사의 역할은 은행인 제 1금융권과는 차별돼야 한다며 현 체제로는 증권사들이 모험 자본 공급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인 만큼 개인 여신 업무 허용 등을 통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은행은 안정을 바탕으로 좀 더 정형화된 일에 대규모로 참여를 하는 비즈니스를 하는 반면 금융투자업자의 경우 제 1금융권 대비 금리도 높고 비정형화된 리스크를 다루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안정적 자금 조달 환경만 조성해주면 모험 자본 공급자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 사장은 국내 모험 자본에 대한 정부의 정책 금융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증권사들이 모험 자본 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비하기 위한 비즈니스 다변화를 할 수 있도록 보다 획기적인 업무 영역 허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투사가 좀 더 다변화 된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만 (당국도) 업권 내 칸막이를 탈피해 다른 업권이 하는 기능들을 금투사업자들에게 허용해 줘야 한다”며 “예를 들면 대부업체나 제 2금융권의 카드사와 캐피탈사들이 하는 개인여신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 준다면 좀 더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보다 공격적으로 모험 자본을 공급하는 데 바탕이 될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 함께 참석한 박정림 KB증권 사장도 정부가 증권사 업무 영역 확장에 발 벗고 나서주기를 기대했다. 은행 출신인 박 사장은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확충하면 업무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면 8조가 되면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을 하게 되는데 IMA가 발행어음보다 수익성이 높은 업무인지는 의문”이라며 “(자기자본 규모가) 10조, 15조, 20조로 가면 증권사들이 어떤 업무를 더 할 수 있는지를 보다 전향적으로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국채지수(WGBI)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증권사가 할 수 있는 게 많아질 것”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찾는 데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금융투자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영역에 대한 규제의 장벽을 보다 전향적으로 허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점 체제인 은행권과 달리 금융투자분야는 그야말로 무한 경쟁 체제”라며 “금융권 내 업권별 장벽을 해소해 보다 자유로운 경쟁 체제가 구축돼야 국내 금융·자본시장이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개최한 제 1차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금융위원회

금융당국도 금융권 내 업권별 장벽을 없애 보다 자유로운 경쟁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금투업계의 기대를 충족시킬지 주목된다. 이미 당국은 금융결제원의 규약 개정을 통해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업무 허용도 검토하고 있다.


법인지급결제는 기업 자금이 지급결제망을 통해 지급되고 결제되는 것으로 기업이 제품 판매대금을 지급하거나 직원에게 월급을 송금하는 일이 모두 법인지급결제 업무에 해당한다. 은행의 고유권한이었던 예금과 지급결제 부문을 비은행권에도 허용해 경쟁을 촉발시켜 은행 과점 체제를 해소하면서 소비자 효용성은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전문가들은 금융투자업계의 기대감과 금융당국의 의지가 있는 만큼 영역 확대에 대한 논의에 보다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증권사의 여신업무 허용을 위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했던 때와는 달리 금융당국의 승인과 허가만 있으면 가능한 상황이어서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인 긴축 기조 강화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심화되면서 그만큼 리스크가 커진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돼 온 증시 침체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뉴욕 시그니처은행 폐쇄 등 불안 요인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당분간은 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증권사 영역 확장은 금융당국의 의지에 달려 있다”면서도 “다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된 상황에서 자칫 금융 안정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당국으로서도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의 보안요원들이 예금주들을 입장시키고 있다. ⓒ샌타클래라=AP/뉴시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