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혼밥족의 증가…까다로운 소비자 입맛 저격
보관 편리하고 소비기한 길다는 점 긍정적 영향
다만 영양정보 표시는 여전히 ‘깜깜’
식품기업, 필요하지만 넘어야 할 산 수두룩
밀키트가 올해도 간편함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식탁을 빠르게 점령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일상식이 된 만큼 영양성분 표기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판 밀키트 제품의 절반이 하루 나트륨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어서다.
식품‧외식업계에 따르면 최근 밀키트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1인가구와 혼밥족의 증가 등 환경적 요인이 주효했다. 관련 기술 발달로 더욱 간편해지고 품질 역시 상승하면서 2030세대를 넘어 까다로운 시니어층의 입맛도 사로잡았다.
밀키트는 원하는 메뉴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손질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념이 세트로 제공돼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요리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는 요인 역시 인기를 더욱 높였다.
갈수록 시장도 커지고 있다. 업계가 관측하는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7년 20억원에서 2020년 1880억원으로 성장했다. 성장 가능성이 무한해 2025년에는 725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문제는 영양성분표기다. 밀키트는 농·축·수산물과 양념 등 규격화하기 어려운 재료들로 이뤄져 영양성분 의무 표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때문에 제품을 통해 나트륨, 탄수화물, 당류, 지방, 트랜스지방,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단백질 등의 영양소 함량을 확인할 길이 없다.
지난해 9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밀키트 16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1개 제품만 자율적으로 영양성분을 표시하고 있었다. 또 6개 제품은 유통기한과 식품 유형 등 기본적인 표시정보를 누락 하거나, 외포장과 내포장의 원재료명을 다르게 표시했다.
당시 소비자원은 “밀키트가 규격화하기 어려운 재료들로 이뤄져, 영양 성분을 표시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소비자가 식사를 위해 구입하는 제품인 만큼 해당 정보를 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소비자 단체와 국회가 함께 해결책에 대해 토론을 하는 등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있다. 오는 21일에는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와 식품기업들이 ‘밀키트 제품 영양‧나트륨 성분 표시화 정책과제’에 대해 논의한다. 자율 영양성분 표시가 확대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예정이다.
고민정 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밀키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모르고 구입해 먹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위해 ‘어떻게 하면 표시를 할 수 있을까’하는 차원에서 기준을 만들기 위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도입해 강제하기엔 스타트업도 있고 농업법인도 있고 다양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계속 안 하도록 내버려 둘 순 없다”며 “21일 정부의 입장은 물론 업체들의 어려움 등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일정한 접점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 밀키트 기업, 필요성 인지하지만…“현실적으로 어려운 점 많아”
기업들은 필요성은 알지만 당장 도입은 어렵다는 반응이다. 밀키트의 경우 원물형태의 농수산물을 그램 단위로 측정해 담게 되는데, 작황에 따라 영양성분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재배환경이나 사육환경에 따라 편차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가공품을 사용하는 즉석조리식품의 경우, 내용물의 영양성분을 규격화 및 균일화 하기 쉽지만 밀키트는 원물을 사용해 계절, 기후 등 여러 외부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성분이 달라질 수 있다. 어제 수확한 콩나물과 오늘 수확한 콩나물이 다른 게 대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밀키트의 경우 공산품 및 완제품으로 돼 있는 식품과 다르게 총칼로리 및 영양성분에 대해 분석을 하지 않는다”며 “조리하는 과정에 물조절, 원재료 추가 등으로 균일화 된 내용 구성이 아닌 편차가 커지는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각각 1월과 3월에 수확한 방울토마토를 동일제품에 담았을 때, 영양 성분은 해당시기의 작황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도입하더라도 실제 영양성분 표시에 따른 허용 오차범위를 잘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키징 변경 문제에 따른 비용 부담도 크다. 표시사항 제도가 시행되면, 패키징도 전면 수정해야 한다. 관련 예산 역시 더 투입될 수 밖에 없어 판매가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업계에서는 영양성분 표시 적용에 대한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회에서 이걸 정책화하게 되면 영양성분 기준이 마련될텐데, 원료에 따라 영양성분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기준에 맞추기 위해 계속해서 제품검사를 실시해야 하는 것 역시 어려운 점"이라며 “이렇게 되면 유통사 뿐 아니라 협력사 쪽에서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