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 JP모건 등 은행CEO와 민간자본 투입안 직접 논의
FRC 최고 경영진 역시 주가폭락 전 주식 대규모 매도 드러나
미국 대형 은행들이 ‘제2의 실리콘밸리은행(SVB)’ 위기설에 휩싸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 구하기 작전에 돌입했다. FRC에 돈을 맡기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한다.
미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 대형은행 11곳은 FRC에 모두 300억 달러(약 39조원)를 예치한다고 밝혔다. JP모건과 씨티그룹, BoA, 웰스파고는 각각 50억 달러를 투입한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25억 달러씩, US 뱅코프와 트루이스트 파이낸셜, PNC 파이낸셜서비스그룹, 스테이트 스트리트, 뉴욕멜론은행은 10억 달러씩을 집어넣기로 했다. 이들 예금에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조치는 금융당국의 SVB 예금 전액보호 조치에 이은 두 번째 시장 안정책이다. 첫 조치 이후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의 확산은 막았으나, 중소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하고 신용등급 강등으로 추가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에 민간 자본을 활용해 금융시스템을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 은행은 "이번 조치는 미 대형 은행들이 FRC와 모든 규모의 은행에 갖는 신뢰를 반영한다"며 "지역은행과 중소은행은 미 금융시스템의 건전성과 기능유지에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미 대형은행)는 미 경제와 우리 주변 모두를 지원하기 위해 모든 은행과 함께 한다"고 덧붙였다.
미 금융당국은 즉각 “매우 환영”한다는 공동성명을 냈다.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통화감독청(OCC) 등 4개 기관은 “대형 은행들의 지지 표명은 은행시스템의 회복력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 은행의 FRC 구하기 작전에는 미 정부가 막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를 전화로 설득하는 등대형은행 간 조율에 관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시장은 일단 급한 불은 껐다. 16일 미 뉴욕증시 3대 지수인 다우존스지수(1.17%), 나스닥지수(2.48%), S&P500지수(1.76%)이 전날보다 상승했다. FRC 주가는 전날보다 9.98% 오른 34.2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형은행들의 이번 유동성 공급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미국 최대 은행들이 막대한 현금을 투입하면 FRC가 처한 위기는 거의 확실하게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비슷한 위험에 처한 다른 중소 은행들의 두려움을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짚었다. 다수 중소은행의 신뢰도가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FRC 최고 경영진도 주가 폭락 전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WSJ 등에 따르면 FRC의 최고 경영진 6명은 지난 1월 17일부터 3월 6일까지 모두 9만682주를 내다팔았다. SVB 파산으로 촉발된 위기설로 이 은행 주가가 폭락하기 전으로 이 기간 FRC 주가는 123∼145달러(약 16만∼19만원) 수준이었다. 이들 경영진이 매도한 전체 금액은 1180만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SVB 파산 이후 FRC의 주가는 급락해 이날 거래는 34.27달러에 마감됐다. 경영진이 매도한 주가의 4분의 1 수준이다. 더군다나 이 은행을 설립한 짐 허버트 회장이 1월과 2월 가장 많은 450만 달러어치 주식을 매도했다. 허버트 회장의 측근은 "자선 활동과 부동산 계획에 따라 자금 마련을 위한 일상적인 거래의 일부"라며 "올해 매도한 주식은 그가 보유한 은행 전체 지분의 약 4%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로버트 손턴 자산관리책임자와 데이비드 릭트먼 최고신용책임자(CCO)가 각각 350만 달러와 250만 달러어치 주식을 팔았고, 마이클 로플러 최고경영자(CEO)도 97만9000 달러어치 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