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단 이끌고 상하이 도착…차이잉원 총통 訪美와 대비
"개인적인 방문" 주장 불구 양안 긴장고조 속 정치적 의미
마잉주 대만 전 총통이 27일(현지시간) 국공내전에서 패한 이후 74년 만에 대만 전·현직 최고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마 전 총통은 방문단을 이끌고 이날 오후 4시 55분쯤 항공편으로 상하이 푸동공항에 도착했다. 그의 중국 방문은 장제스(蔣介石·1887∼1975)가 이끌던 국민당이 1949년 국공내전에서 패해 대만으로 들어간 뒤 74년 만에 성사된 첫 전직 대만 총통의 본토 방문으로 기록됐다. 현직 대만 총통이 중국을 방문한 사례는 아직 없다.
마 전 총통은 대만 출발에 앞서 “첫 중국 대륙 방문”이라며 “정부에서 양안 업무를 37세에 맡아 지금 73세이니 36년을 기다려 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묘 외에 대만 대학생과 함께 대륙으로 교류하러 간다. 젊은이들의 열정과 교류로 양안의 현재 분위기가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평화가 보다 빨리 올 수 있기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만 연합보는이날 공항에는 차관급인 천위안펑 중국 공산당중앙 대만판공실 부주임, 중샤오민 상하이시 대만판공실 주임이 나와 마 전 총통을 영접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국빈 방중한 외국 정상의 경우에도 차관급 영접이 의전 관례다.
마 전 총통은 공항에서 곧바로 상하이 훙차오 고속철도 역사로 이동해 고속철도를 타고 장쑤성 난징으로 향했다. ‘성묘여행’으로 불리는 그의 본토 방문은 11박 12일 동안 상하이~난징~후베이성 우한~후난성 창사~충칭을 거쳐 7일 상하이에서 끝난다.
난징은 과거 국민당 정권의 수도, 충칭은 임시 수도였다. 우한은 청나라를 붕괴시킨 신해혁명의 시발점이 된 1911년 '우창 봉기'가 일어난 곳이다. 마 전 총통은 대만으로 돌아가기 전 상하이에서 장제스 전 총통 부부가 약혼식을 한 상하이 허핑호텔과 전통 정원인 위위안을 찾을 것이라고 연합보 등은 전했다.
중국이 마 전 총통을 정상급 의전으로 환대한 것은 대만 집권 민진당에 대한 불만 탓으로 해석된다. 마 전 총통이 재임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국민당 집권기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관계의 황금기로 불린다. 2015년 11월에는 싱가포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역사적인 양안회담이 열렸다.
특히 중국으로서는 내년 1월14일 치러질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독립 성향의 민진당 재집권을 막기 위해 여권을 고립시키고 야권에는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만큼 야당인 국민당 출신 마 전 총통의 방중이 민진당인 차이잉원 총통의 임박한 미국 방문과 대비를 이룬다. 차이 총통은 29일부터 9박10일 일정으로 중미 수교국 과테말라, 벨리즈를 방문하면서 가고 오는 길에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각각 경유한다. 경유 계기에 차이 총통은 캘리포니아주에서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친미반중' 성향의 차이 총통과 민진당에 비해 온건한 대중국 정책을 펴는 국민당 출신 마 전 총통은 방문 기간 양안관계에 대한 자기 노선을 분명히 하며 대만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마 전 총통을 융숭하게 대접함으로써 '국민당=양안 화해', '민진당=양안 갈등'의 구도를 부각시키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