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4일 국무회의서 '재의요구안' 의결 절차 진행
대통령실 "총리·장관·농민단체 입장 밝혀 의견 수렴"
민주, 삭발 투쟁하며 "야당과 대결 수단으로 보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강행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여야 강대강 대치는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3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는 4일 직접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의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여론 수렴 절차도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목표량의 3~5%를 초과하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이상 하락하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 주무부처 장관이 입장을 밝혔고, 총리도 입장을 밝혔다"며 "또 농민단체 30곳 이상이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여론 수렴이 어느 정도 됐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리적으로는 4일 처리도 가능하고 11일 처리도 가능하지만, 어느 정도 여론이 모아졌다면 가급적이면 적절한 시일 내에 처리하는 걸로 생각을 하고 있다"며, 4일 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됐다.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법제처가 받아서 15일 안에 공포하거나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해야 하는데, 두 경우 모두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야 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법안 내용을 수정한 개정안을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재의요구권을 계기로 대통령실과 야당 간 충돌은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1948년 제헌국회 이후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총 66차례 있었다.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재의를 요구하면, 취임 후 첫 거부권 행사가 된다. 2016년 5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청문회 대상을 확대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약 7년 만이다.
한편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제주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은 농민단체 30곳 이상의 여론을 수렴했다며 거부권 행사를 공식화했다"며 "지금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을 농민과 민생을 위한 입법이 아니라, 오로지 야당과의 대결 수단으로만 보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농림수산식품해양위원회 소속 신정훈·이원택 의원은 이날 국회본청 앞에서 열린 '쌀값 정상화 공포 촉구 결의대회'에서 농민들과 함께 삭발 투쟁을 진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