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송영길·윤관석 등 탈당으로 논란 회피
김홍걸·윤미향·양이원영 '출당'으로 의원직 유지
안팎서 개탄 "시간 지나면 복당하는 들락날락당"
"곧 돌아오겠다는데 당이 무슨 회전문도 아니고"
거액의 코인 투자로 논란을 일으킨 김남국 의원의 탈당으로 징계·조사가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더불어민주당의 '탈당 기준'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이 여태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탈당과 출당을 역동적으로 활용해온 만큼, 정치권 일각에선 '꼼수 탈당'이 민주당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지적까지 내놓고 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남국 의원이 전날 민주당에 제출한 탈당계는 무리 없이 수리될 전망이다. 코인 논란을 일으킨 김 의원의 탈당이 당 차원의 조사와 징계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탈당계가 당에 접수된 때에 즉시 효력이 발생하며, 탈당에는 따로 수리나 허가 절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당법 제25조와 제60조 2항 등에 따라 김 의원의 탈당을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어서다.
문제는 김 의원의 탈당으로 당 차원의 진상조사와 윤리감찰이 '올 스톱'됐다는 점이다. 특히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 당규상 징계를 받기 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은 제명 대상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징계 절차 중(의 탈당)이라고 보긴 조금 어려운 면이 있다고 본다"라고 답하면서, 당 차원에서의 징계 부과도 어려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김 의원의 탈당으로 민주당은 '꼼수 탈당'과 관련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사들이 줄줄이 출당이나 탈당 조치를 통해 위기를 피했다가 여론이 잦아들면 슬그머니 복당을 반복해온 만큼, '출·탈당 후 복당 조치'가 민주당 차원에서의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 같은 '꼼수 출·탈당'의 역사는 지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례대표인 김홍걸 의원은 2020년 9월 부동산 축소신고, 투기 논란으로 출당됐다. 비례 의원은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다. 이에 당이 여론을 무마하면서도 의원직을 유지해 주려고 꼼수로 출당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같은 시기 이상직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 비리 혐의로 당 윤리감찰단 조사 대상에 오르자 탈당했다. 그는 “의혹을 소명하고 돌아오겠다”고 했으나 실형이 확정, 의원직을 잃고 수감돼 돌아오지 못했다.
같은 사례는 2021년에도 또 있었다. 2021년 6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민주당 의원 12명의 부동산 투기가 의심된다는 발표를 내놓자, 당시 송영길 대표는 해당 의원들에게 일제히 '탈당 권유'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 탈당이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의혹의 대상이던 우상호·오영훈·김한정·김회재 의원 등은 탈당을 거부했고, 김주영·문진석·서영석·임종성·윤재갑·김수흥 의원 등은 탈당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표명하는데 그쳤다.
의혹의 사실 여부를 다툴 여지가 있던 만큼 탈당 대상 의원들의 선택은 그나마 여론의 동정을 받을 수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비례대표였던 두 의원 때문에 벌어졌다. 비례대표인 윤미향·양이원영 의원이 민주당에서 출당(黜黨)됐기 때문이다. 역시 같은 비례 의원의 의원직 유지를 위해 민주당이 출당을 선택했다는 비판이 잇따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양이 의원은 4개월 뒤 복당했다. 김홍걸 의원의 경우에는 현재 복당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근 논란으로 떠오른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태'와 관련해서도 당에서 3명이나 탈당을 결심했다. 송영길 전 대표,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당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며 탈당을 선언했고 '명예 회복 뒤 복당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민주당을 향한 더 큰 비판은 이 '탈당'을 입법 과정과 정책 입안의 과정으로 활용한다는 지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강행 처리하기 위해 탈당했다가 복당한 민형배 의원의 사례다. 당시 민주당은 당론으로 결정한 '검수완박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인 법제사법위원회의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민주당 출신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투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양향자 의원이 '검수완박'에 회의적인 소신을 밝혀 '무소속' 몫으로 친야(親野)성향 의원 꽂아넣기가 어려워지자, 아무런 사유가 없던 민 의원이 탈당해 스스로 무소속 신분을 획득한 뒤 안건조정위에 들어가는 '꼼수탈당' 사태를 벌인 것이다.
민 의원의 탈당에 당내에서조차 국회선진화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과 함께 "민주주의 능멸"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심지어 헌법재판소는 이를 다수 의견으로 국회법 위반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민 의원의 탈당을 '비상한 결단'이라고 감싸면서 1년 만에 그를 특별복당으로 당으로 불러들였다.
지난해 12월에는 박완주 무소속 의원이 방송관계법 개정안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통과를 위해 활약했다. 당시 민주당은 해당 법안의 단독 통과를 위해 필요한 쟁점 법안을 최장 90일간 상임위에 묶어둘 수 있는 국민의힘의 안조위 구성 요청을 박 의원의 안조위 투입을 통해 무력화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이 첫 번째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사용케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강행 통과될 땐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활약했다. 양곡법 강행 처리 당시에도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 회부를 요청해 지연 전술을 펼치려 했지만, 안건조정위에 '무소속 몫'으로 윤 의원이 들어가면서 결국 제1교섭단체인 민주당 뜻대로 법안이 처리되고 말았다.
이 같은 민주당의 행태에 국회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공당(公黨)의 탈당·복당의 무게감이 마치 카카오톡 단톡방 드나들기처럼 가벼워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시간이 지나면 복당하는 들락날락당"이라는 말도 나왔다. 심지어 같은 민주당 내에서조차 "당이 무슨 회전문도 아니고…"라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탈당이 과연 책임인가. 탈당과 복당이 단톡방 들락거리기처럼 흔해 빠진 민주당에서 탈당이 무슨 정치적 의미가 있느냐"고 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운 바 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혹시나가 역시나다. '코인 재벌' 김남국 의원이 민주당의 전매특허인 '꼼수탈당'을 감행했다"며 "문제가 생기면 탈당·출당, 시간이 지나면 복당하는 '들락날락당'"이라고 꼬집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당을 사랑한다면서 당을 더 곤궁한 처지로 몰아넣은 탈당"이라며 "본인이 당을 사랑한다며 곧 돌아오겠다고 하는데, 당이 무슨 회전문도 아니고,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데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