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의심 물건 발견돼 일시 통제
험한 날씨에도 인파 몰려
제76회 칸 국제영화제가 5월 16일 개막해 전 세계 영화인들이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프랑스 남부 작은 휴양 도시 칸은 이 시기가 되면 오직 영화제를 위한 공간이 된다. 올해는 따뜻한 날씨 대신 비가 내렸지만 영화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축제 즐기기에 여념 없다.
올해 한국 영화는 '거미집',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잠', '화란', '우리의 하루' 장편 5편과 단편 '이씨네 가족들'(THE LEE FAMILIES)과 '홀'(HOLE) 등 총 7편이 비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화란'을 연출한 김창훈 감독과 '잠'을 연출한 유재선 감독은 신인감독상에 해당하는 황금카메라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주요 부문 수상 자격이 주어지는 경쟁 부문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한국 영화에 대한 기대는 여전했다. 레드 카펫 행사와 공식 초청작이 상영되는 뤼미에르 극장에는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 포스터가 사람들이 가장 북적이는 입구 중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각지에서 모인 취재진들은 발걸음을 바쁘게 움직이며 시민들을 인터뷰하거나, 카메라에 칸 영화제의 풍경을 담아냈으며, 영화팬들은 피켓이나 노트를 들고 상영작 티켓을 구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19일에는 작은 소동도 있었다. 뤼미에르 극장에 폭탄으로 의심되는 물건이 발견돼 약 20분 정도 입장이 통제됐다. 이후 출동한 경찰이 이상 없다는 확인을 한 후, 입장과 퇴장이 원활하게 진행됐다.
평소 영화를 좋아해 씨네필 배지를 신청해 칸 영화제를 찾은 조이스는 "칸은 관계자 외의 대중에게 보수적이기로 워낙 유명한 영화제이고, 그 신청 과정 역시 단순하지 않기에 기대가 컸다. 역시 칸은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영화 스크리닝 뿐 아니라 그 외의 다채로운 부대행사들이 특히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고 후기를 말했다.
이어 "칸 영화제와 초청작들에 대한 세계 영화인들의 애티튜드가 눈여겨볼 만 했다. 드레스와 정장을 차려 입고 행사장이나 스크리닝에 입장하는 모습들이나, (주요) 영화가 끝난 후 십분이 넘도록 기립박수를 치고 그 모습을 전광판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전통성을 중시하는 칸의 아이덴티티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의 영화인들이 국적과 소속에 관계없이 배지 목걸이를 매고 영화에 대해 감상을 나누는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라면서 "전반적으로 여전히 칸은 관계자 위주의 영화제라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지만, 초청받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매일 여는 해변 공개 상영 등의 프로그램은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대중들과 소통하려는 칸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뿐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영화인들을 만나 영화제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 영광이었다"라고 전했다.
한편 칸 영화제는 5월 16일부터 시작해 27일까지 열린다. 한국 영화는 21일 '잠'을 시작으로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22일, '화란'이 24일, '거미집'이 25일, '우리의 하루'가 26일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