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G7 정상회의 일정 마치고 21일 귀국
기시다와 위령비 공동참배·한미일 정상회담 등 소화
바이든, 尹·기시다 워싱턴 한미일 정상회담 초청
젤렌스키와 첫 정상회담…귀국 직후 한독 정상회담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적인 '히로시마 외교전'을 치렀다.
윤 대통령은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을 포함해 그 전후로 G7(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협의체) 소속 국가 정상 대다수와 양자회담을 가지며 숨 돌릴 틈 없는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윤 대통령은 또 2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공동 참배를 하면서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 해결 의지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대통령의 위령비 참배와 한일 정상의 위령비 공동 참배 모두 이번이 처음이다.
G7 의장국인 일본의 초청에 따라 참관국(옵서버) 자격으로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3국 간 공조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하는 한미일 정상회담에 초청했다.
한미일 정상은 이날 히로시마의 한 호텔에서 만나 2분여 가량 '스탠딩 회담'을 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회담 뒤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정상들은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해서는 물론, 법치에 기반한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질서를 공고히 하는 데 3국 간 전략적 공조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며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같은 3자 안보 협력,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한 3자 공조, 경제안보,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관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한미일 정상회담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짧은 2분여 동안 진행됐다. G7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히로시마 전격 방문으로 일정에 변수가 생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정상이 머리를 맞댄 것은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와 같은 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백합 꽃다발을 헌화한 뒤 10초간 묵념하고 추도했다. 이날 현장엔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기시다 총리의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도 동행했다.
한국인 원폭 피해 동포와 희생자의 후손 등 10여 명은 양국 정상의 위령비 공동 참배를 뒤에서 지켜봤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이번 참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두 정상이 한일관계의 가슴 아픈 과거를 직시하고 치유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핵 위협에 두 정상, 두 나라가 공동으로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대응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참배 직후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함께 참배한 것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게 추모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기시다 총리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공동 참배는) 한일관계에서도,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5m 높이의 위령비는 1945년 8월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로 목숨을 잃은 한국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히로시마본부 주도로 1970년 4월 건립됐다. 위령비는 원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바깥에 있었지만, 재일 한국인과 일본 시민단체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1999년 7월 공원 안쪽으로 옮겨졌다.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졌을 때 당시 한국인 약 5만 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는 한국인 사망자를 3만 명으로 추산한 바 있으며, 위령비에는 사망자가 2만 명으로 기록돼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지뢰 제거 장비, 긴급후송 차량 등 현재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물품을 신속히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간 한·우크라이나 정부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국 정부가 의약품, 발전기, 교육용 컴퓨터 등 우크라이나가 긴급히 필요로 한 인도적 지원 물품을 적시에 지원해 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복구를 위한 양국 간 협력의 필요성에도 공감하고, 우수한 한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해 우크라이나의 신속한 전후 복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지속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G7 정상회의 주요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날 저녁 귀국한 윤 대통령은 곧바로 용산 대통령실로 이동해 방한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한독 정상회담을 가졌다.
22일엔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윤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전인 지난 17일엔 서울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만났고, G7 정상회의 기간 동안엔 한미일·한일 정상회담 외에 호주·베트남(19일), 인도·영국(20일), 코모로·인도네시아(21일) 정상과 회담을 했다. 자국의 홍수 재난 상황으로 조기 귀국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는 20일 약식 환담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