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대외정책 '원칙' 재확인
취임 1년 성과 자평으로
"원칙 있는 남북관계 정립"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북한과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이 발끈했던 표현을 대북 메시지로 활용하며 윤석열 정부 대외정책 '원칙'을 재확인한 모양새다.
권영세 장관은 22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진행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 적대 의사가 없으며, 힘에 의한 현상변경도 추구하고 있지 않다"며 "북한이 우려하는 그 어떤 문제도 대화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도발과 단절이 아니라, 민생과 협력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한미를 향해 대화재개 조건으로 "적대 정책 철회"를 거듭 요구하는 상황에서 '조건은 이미 충족됐으니 대화에 복귀하라'라는 입장을 재차 피력한 것이다.
권 장관은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 의사를 밝히며 군사력을 활용한 북한 체제 위협 가능성에 선을 긋기도 했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북침전쟁연습'으로 간주하며 한반도 현상변경을 우려해온 만큼,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한미 군 당국은 그간 연합훈련의 방어적 성격을 끊임없이 강조해왔다.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말 외신 인터뷰 과정에서 대만해협 관련 입장을 표명하며 언급해 이목을 끈 표현이기도 하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중국의 대만 무력통일을 반대할 때 해당 표현을 사용하는 만큼, 일각에선 '메시지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하지만 해당 표현은 윤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북 메시지로 이미 활용된 바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북한 지역에 어떤 무리한, 힘에 의한 현상변경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권 장관이 이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입장과 사실상 동일하다.
실제로 윤 정부는 특정국을 겨냥하지 않은, 국제규범 준수 차원에서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 의사를 피력해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제1~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겪은 국제사회는 지난 70년간 주권 평등, 영토 보전,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규범에 기반해 질서를 구축하고 자유·평화·번영을 구현해 왔다"며 "대한민국 헌법은 이러한 국제규범도 국내법과 같이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분쟁의 군사적 해결과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반대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는 규칙 기반 질서 수호라는 윤 정부 대외정책 원칙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효과를 내며, 한국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같은 맥락에서 권 장관은 지난 1년간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수립해왔다고 자평했다.
권 장관은 "지속가능한 통일·대북 정책의 기틀을 마련한 점은 자평이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북한 눈치를 보지 않고 북한에 할 말은 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게 하는 원칙 있는 남북관계를 정립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구걸하다시피해서 1회성 대화를 하는 것, 1회성 진전을 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언제든지 되돌리거나 오히려 후퇴할 수 있는 전진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금 전진하더라도, 잠깐 멈춰있는 한이 있더라도 원칙적 프로토콜을 확립시킬 필요가 있다"며 "남북대화나 남북관계에 대해 원칙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통일부가 한 일이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