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대통령 탄생과 12년만의 충남 정권교체
영호남 '길목' 아닌 대한민국 '중심' 열망
힘쎈 지사 출연, DP 등 첨단산업 확대 박차
'예타 완화 보류' 중앙정계에 준엄한 쓴소리
2022년 충청남도는 두 번 다시 찾아오기 어려운 기회를 맞이했다. 반세기 만에 충남 출신 대통령이 처음 탄생한 게 첫 손에 꼽힌다. 지역에서는 충남이 더 이상 서울과 영·호남 사이 '길목'이나 '중간'이 아닌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떠오른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열망은 지방선거로 이어졌다. 2010년부터 12년 동안 이어진 더불어민주당 출신 도지사 시대를 끝내고 집권여당의 '힘 있는' 후보였던 김태흠 지사가 당선된 것. 대한민국과 충청이 함께 정권교체가 된 셈이다. 도내 인구가 가장 많은 천안·아산 출신이자 현직 도지사를 꺾고 충남 보령 출신의 김 지사가 당선된 원동력이었다.
정치 상황이나 구도가 아니더라도 김 지사는 중앙정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거물급 인사로 통한다. '좌고우면' 없는 추진력은 내로라하는 정치인들도 한 수 접어줄 정도이며, 바닥부터 단계를 밟으며 쌓은 정치 경험은 관록으로 꽃 피웠다. 만약 지방선거 출마를 하지 않았다면, 집권여당의 원내대표 자리에 김 지사가 앉아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 김 지사는 윤 대통령을 후보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정권교체의 핵심 주역 중 한 명이다.
중앙정부와 충남의 찰떡 공조는 도정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국가첨단전략산업 지정이 대표적이다. 천안·아산의 경제는 디스플레이 산업이 핵심 부분을 차지하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디스플레이가 '국가첨단전략산업'에서 제외되며 중국 등 후발주자와 경쟁해야 하는 기업들의 고심이 컸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지정되는데 성공하며 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정 과정에서 김 지사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또한 충남지역에서는 천안과 홍성 등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후보군으로 떠올랐는데, 확정 시 "천안·아산을 첨단산업도시로 더욱 크게 육성하고 싶다"는 김 지사의 구상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오는 7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최종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 노력에 코드를 맞춰 광역자치단체장 중 가장 먼저 일본을 방문해 광역지자체 단위 셔틀외교 복원에 나선 이도 김 지사다. 일본 출장 중인 김 지사는 지난 22일 가바시마 이쿠오(蒲島郁夫) 구마모토현 지사를 만나 "충남과 구마모토는 1600년을 함께한 오랜 친구"라며 대백제전 방문을 요청했고 "방문단을 이끌고 10월에 충남을 방문하겠다"는 확답을 얻어냈다. 충남과 구마모토현은 1983년 자매결연을 맺은 뒤 교류·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으며, 한일관계 개선에 따라 관광 산업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농업과 어업 등 충남지역 전통산업 분야에서도 성과를 냈다. '빠르미' '여르미' 등 극조생 벼 브랜드화로 햅쌀시장을 선점했으며, 벼 직파재배 면적을 전국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청년농업인 유입 및 육성을 위한 체계도 마련했다. 2025년까지 서산에 대규모 청년농업인 영농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며, 공주에 임대형 스마트팜 단지를 보급할 예정이다.
물론 모든 사안이 뜻대로 풀린 것은 아니다. 취임 초기부터 드라이브를 걸었던 육군사관학교 논산 이전이 국방부 등의 반대에 '중장기 과제'로 전환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김 지사는 국방부로터 논산에 국방과학연구소 국방미래기술연구센터 신설 추진을 약속 받고 논산과 계룡을 최대 국방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야권은 "공약 파기"라며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윤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서산공항 사업은 중앙정부 예비 타당성 조사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렇다고 중단하거나 공약이 폐기된 것은 아니다. 충남도에 따르면, 불필요한 사업비를 낮춰 경제성을 확보한 뒤 재추진에 나설 예정이다.
김 지사는 동시에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예타 면제 기준 완화 필요성'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여야는 예타 면제 기준을 현행 500억원에서 1000억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내놨다가 '총선 대비용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 이를 보류한 상태다. 하지만 김 지사는 "보류가 오히려 포퓰리즘"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앙 정치권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압박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파괴력은 적지 않았다.
김 지사는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 서울공화국에서 인구밀도가 낮은 지방은 편익 분석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며 "예타 기준을 현실에 맞게 상향하는 것은 최소한의 균형발전을 위한 조치"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선거용 포퓰리즘이라는 일부 비판에 보류시킨 국회의 결정이야말로 선거용 포퓰리즘적 결정"이라며 "국회는 휘둘리지 말고 국민께 당당하게 이해를 구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꾸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