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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재원 "전략기획본부 부활해 당을 최고의 전략사령부로"


입력 2024.06.30 08:00 수정 2024.06.30 08:00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 인터뷰

'적격 후보'로 재분류되면서 '기사회생'

"입당 21년째, 당이 이렇게 완벽하게

망해버린건 처음…전략이란게 있느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재원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 후보가 기사회생(起死回生)했다. 중앙당선관위에서 후보 부적격 결정을 했다가 당 안팎의 거센 문제제기에 결정이 번복되면서 7·23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 자격을 되찾았다. 대구·경북(TK) 출신 전직 3선 의원으로 정책위의장·원내수석과 박근혜정부 정무수석·정무특보 등을 역임했다. 최고위원도 두 차례 지냈던 경륜을 다시금 살릴 길이 열린 것이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28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에 입당해 21년째 당에 몸담고 있는데, 탄핵 사태를 겪고 분당과 합당을 반복하다보니 동지애는 사라지고, 내부자들끼리 근친증오적 내부총질과 내부공격으로 날을 세우는 잘못된 문화가 팽배해졌다는 점을 느낀 적이 많았다"며 "이번 일을 겪으면서 그게 명백히 드러났다는 생각에 강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1년 당 생활 중 처음이라는 기이한 사태를 겪으면서도 결과적으로 사필귀정(事必歸正), 최고위원 후보 지위를 되찾게 된 김 전 최고위원은 당에 전략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라고 진단하며 '전략기획본부를 부활시켜 당을 최고의 전략사령부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윤상현 당대표 후보가 4·10 총선 참패 이후로 당이 "공동묘지의 평화 상태"라고 쓴소리를 한데 대해, 김 전 최고위원도 "요즘 보기 드물게 윤 의원이 바른말을 많이 하시더라"고 맞장구를 쳤다. "한나라당에 입당한지 햇수로 21년째인데, 이렇게 완벽하게 망해버린 모습은 21년 만에 처음 본다"는 것이다.


최근 원내 상황과 관련해서 "'7개 (상임위) 이것도 안 받을래? 줄 때 받아가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서도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졌다"며 "심지어 예산안은 거부권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예산안을 편성해도 이재명 대표가 연필로 두 줄 그어버리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대통령이 국가예산을 쓰려면 이 대표에게 결재를 받아야 하는 지경이 됐다"고 탄식했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국민의힘 내에서 최근 이뤄지는 '탄핵을 막겠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 되더라도 형사재판은 중단 안된다' 따위의 논의들에 대해서는 "뭘 하는건지 모르겠다"며 "'탄핵을 막겠다는 것은 마치 탄핵이 되는 게 전제인 것처럼, 이재명이 대통령 되고나서 재판이 되는지 마는지를 얘기하는…… 당이 잘못돼가고 있다. 도대체 이 당에 전략이라는 게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최고위, 최고의 전략사령부로 기능해야"
탄핵·분당 거치며 철폐됐던 전략기획본부
및 기획위원장·정보위원장 부활 제안
과거 '국정원' '세월호' 위기 타개에 '역할'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처럼 난관에 대한 타개책은 없고 전혀 엉뚱한 논의만 이뤄지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김 전 최고위원은 과거 한나라당·새누리당 시절에 존재했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분당을 전후해 철폐됐던 전략기획본부 조직을 부활시킬 것을 제안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2004년도에 당 조직을 개편하면서 전략기획본부를 만들어 산하에 기획위원장과 정보위원장을 두는 식으로 당의 전략 기능을 엄청나게 보강했다. 전략기획본부장은 사무총장과 동렬"이라며 "전략기획본부가 당이 취해야할 전략을 생산·보고하고 여의도연구원과 협업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더니 "2016~2017년에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당이 두 동강이 나고 의원들이 대거 나가셔서 당 재정이 어려워지니까, 조직을 축소할 때 전략기획본부를 없앴다"며 "당이 제역할을 하려면 전략기능이 있어야 한다. 전략기획본부장·기획위원장·정보위원장 체제를 부활하고, 전략기획본부장은 늘 최고위에 출석해서 당 전략에 대해 주제를 보고하고 전략을 토론해야 한다. 지금은 뭐 흘러가는대로 가는 것 밖에 안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과거 '강한 전략기능'을 통해 위기를 슬기롭게 타개했던 사례로 △2013년 국정원개혁특위 △2014년 세월호 사고를 예로 들었다. 2013년 국정원개혁특위 때에는 김 전 최고위원이 전략기획본부장이었으며, 이듬해 세월호 때에는 원내수석을 맡았던 시절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이 국정원 기능을 완전 무력화시키려는 요구를 해왔는데, 내가 (당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있던 시절) 국정원개혁특위 간사도 맡으면서 적절하게 잘 대응을 했다"며 "국정원 요원들이 기관출입을 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협상하되, 대신 국정원을 테러 방지의 중추기관으로 기능을 확대하는 것으로 협상을 해냈다"고 회고했다.


이듬해 '세월호 사고' 때에도 "우리가 언제 표결했나. 수의 힘으로 돌파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양당 합의하고 유가족들도 설득해서 합의서에 끝내 서명하게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요즘엔 그런 면이 상당히 아쉽다. 어떤 정치적인 난관이 있다고 해서 그냥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것은 잘못"이라는 김 전 최고위원의 말은 '이태원' '채상병' 등 뭐 하나 터질 때마다 무너질 듯 흔들리는 작금의 당 상황에 아프게 다가왔다.


그렇다고 이 '전략'이라는 게 희망고문이 돼서는 안되고, 오히려 누구보다 냉철한 현실인식에 토대를 둬야 한다는 게 김 전 최고위원의 강조점이다. 실제로 원외(院外) 생활을 하고 있는 김 전 최고위원의 유튜브는 다른 이른바 '보수 유튜브'들과는 그 점이 차별화된다는 평가가 있어왔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보수 성향 유튜브 제목이 항상 '민주당 난리났다 큰일났다 끝장났다' 이런 식으로 해서 심지어 국회의원 재선거를 한다는 둥 계속 그렇게 해오다보니까 희망고문이 너무 길어졌다"며 "지금 와서 내가 보니까 보수 유튜브 조회수가 확 줄었더라"고 혀를 찼다.


이어 "난리났다, 큰일났다, 구속된다 이런 것 아니고, 여론주도층이 보면 이재명 대표는 왜 교도소에 가지 않는지, 그렇다면 실제로 정치생명은 언제 끝나는지, 전후사정을 제대로 진단해주는 목소리가 필요하지 않느냐"라며 "유튜브를 할 때도 조회수가 덜 나오더라도 그런 방향으로 하려고 했고, 오로지 보수가 어떻게 차기 집권 전략을 짜야 하는지 해법을 낸다는 생각으로만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난리났다 구속된다'식 희망고문 말고
냉철한 현실인식 토대로 미래전략 구상
"이재명 체제, 노쇠한 재벌회장 임종
앞둔 상속받을 자녀들과 같은 모양새"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듣다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생명은 실제로 언제 끝나는 것이며, 그 이후의 정국 전개는 어떻게 될까. 김 전 최고위원은 이 질문에 대해 '이재명 아버지' 등 야권의 괴이한 상황을 '돌아가시기 직전의 재벌 회장과 상속 자녀들의 모습'에 빗댔다.


김 전 최고위원은 "위증교사 사건은 워낙 구조가 단순하고 당사자들은 다 자백했고 이 대표만 부인하고 있는 사건"이라며 "이 대표가 직접 말한 것이 녹음돼있고, 증거수집절차도 적법절차에 의해 이뤄져 무죄를 선고할 근거가 거의 없다. 설혹 집행유예가 된다고 하더라도 당선무효"라고 지적했다.


이어 "죽기살기로 발버둥을 쳐서 대법원까지 끌고간다고 해도 위증교사 사건은 대선 이전에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이 이성을 잃고 재판부를 탄핵해서 직무정지를 시킨다? 당대표를 구한다고 그렇게까지 날뛴다면 민심이 돌아서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아버지'라고 부르고 지금을 '이재명 시대'라고 '이 대표로 모셔오자'며 물개박수를 치는 분들은 이 대표가 교도소 가고나면 그 정치적 자산을 물려받을 속셈이 있는 것이다. 정청래 의원은 서울시장 되려고 저런다는 소문이 있다"며 "비유하자면 노쇠한 재벌 회장이 곧 임종을 맞는데, 상속받을 자녀들이 듣기에 좋은 소리만 하는 상태라 본다. 그 사람들이 바보가 아니다보니 더 이상한 상황만 연출된다"고 빗댔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는 한편의 한동훈 당대표 후보와 장동혁·박정훈·진종오 최고위원 후보, 반대편의 원희룡 당대표 후보와 인요한·박진호 최고위원 후보의 '팀전 양상'을 띄고 있다. 나경원 당대표 후보 등과 함께 김재원 전 최고위원도 지금까지는 딱히 '팀'이 없는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김 전 최고위원은 "러닝메이트로 나왔다는 분들이 언론에 대고 '당대표가 안정적으로 당무를 볼 수 있도록 나왔다'는 말을 하고 있다"며 "당대표가 당을 장악해 일방적으로 운영하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라면 '이재명당'과 차이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줄투표·오더투표가 작동해서는 안된다. 당원들께 그렇게 오더를 내리더라도 오더가 통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유권자인 당원과 지지자들께서 집단지성을 발휘해달라"고 호소했다.


영남권 유일 후보, 연대 표방 여부에 주목
"공통 가치 있는 당대표 후보와 연대 모색
구체적 대화 오가고 있다…'연대 대상이
남자냐, 여자냐?' 아직 답할 단계 아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와 관련, 이번 전당대회 영남 유일 후보인 김 전 최고위원의 연대 표방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당대표·최고위원 경선에 책임당원투표가 80% 반영되는 가운데, 책임당원 중 영남의 비중은 서울·수도권과 비슷한 40%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영남이 우리 당의 뿌리인데, 우리 당의 역사 이래 영남 전체에서 후보가 한 명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영남을 텃밭으로 생각하고 공천 과정에서 '물갈이'라는 명목으로 정치적 성장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들의 목을 치는 역사가 20년간 반복되니까 벌어진 일"이라며 "영남 당원, 영남 지지자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최고위원이 지도부에 반드시 있어야 하겠다"고 자임했다.


나아가 "러닝메이트는 당을 집단지성에 의해 합리적으로 운영하라는 대표·최고위원 제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 (표방)하지 않겠지만, 당대표 후보와 공통의 가치가 있다면 전략적인 연대는 모색해볼까 생각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대화도 오가고 있다"며 "TV에 출연했는데 '(전략적 연대를 할 분이) 남자냐, 여자냐' 묻더라. 하지만 지금은 아직 답할 단계가 아니고 곧 구체화되면 다시 말씀을 드리겠다"고 소이부답(笑而不答)했다.


끝으로 김 전 최고위원은 적격 후보로서의 지위가 회복됐으면 빨리 발표를 해서 후속 조치를 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경쟁 후보들이 다들 당원·지지자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와중에 답답한 심경을 호소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적격 후보 지위 회복은) 결정이 났는데도 7월 1일에 추가로 회의를 해서 한꺼번에 발표하겠다는 것인데, 다른 후보자들은 다들 선거운동을 하고 있지 않느냐"라며 "7월 1일에야 발표를 하면 당장 2일에 비전발표회가 있는데, 2일 비전발표 준비는 어떻게 하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잘못 (결정)했으니 스스로 취소한 것이라면 결정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미안함을 느끼고 사과해야 맞는 것인데, 아직도 '발표는 7월 1일에 해주겠다'는 것이니 대체 이게 뭐냐"라며 "당이 참, 허허허……"라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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