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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를 대하는 한국 야구의 가벼운 자세 [기자수첩-스포츠]


입력 2023.06.03 07:00 수정 2023.06.03 07:00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김광현, 이용찬, 정철원 논란 불거지자 나란히 사과

그동안 국제대회서 해이한 정신력으로 저조한 성적

술자리 파문에 대해 사과한 이용찬(왼쪽부터)-김광현-정철원. ⓒ 뉴시스

다시 한 번 팬들이 야구대표팀에 실망했다.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회 도중 일부 선수들이 술집을 찾았고 이와 같은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기 때문이다.


물의를 빚은 선수는 김광현(35·SSG)과 이용찬(34·NC), 정철원(24·두산) 등 투수 3명이다. 이들은 논란이 빚어지자 각자 소속팀에서 팬들에게 사죄를 구했다.


이들은 WBC 대회 기간 술집을 찾아 다음날 새벽까지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술집을 찾았던 때가 호주전 전날, 그리고 탈락이 결정된 한일전 참패 당일이었기에 팬들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동안 대표팀에 헌신했던 국가대표 에이스 김광현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큰 충격이다. 누구보다 타의 모범이 된 선수가 바로 김광현이었기에 배신감마저 느낀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술자리 파문은 한국 야구가 ‘태극 마크’를 얼마나 가벼이 여기는지 다시 한 번 입증됐다 해도 과언이 아닌 사안이다.


야구대표팀은 이번 대회 전까지 2개 대회 연속 1라운드서 조기 탈락했고 아시안게임, 도쿄 올림픽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내며 국제 대회에서의 경쟁력을 잃었다는 혹평에 시달렸다.


그에 반해 KBO리그는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즐비하고 10억원 이상의 연평균 수입을 올리는 이들도 상당했다. 즉, 시장 규모는 물론 실력에 비해 과한 연봉을 받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일전에 등판했던 김광현. ⓒ 뉴시스

KBO는 지난 WBC를 한국 야구의 명예 회복을 위한 장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성적은 첫 경기인 호주전에서 패한 것을 시작으로 한일전 참패 등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선수들이 술자리를 가지며 날선 여론 정도는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해이한 정신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에 실책 등 무성의한 플레이가 나와 무너지기 일쑤였고, 투수진은 상대 타선을 이겨내지 못했다.


대표팀 감독은 투수 운용의 문제점을 지적한 질문에 날 선 대답을 내놓았고, 주장은 야구인 선배들의 쓴소리를 견디지 못해 “대표팀에 자주 발탁되지 않은 분들이 쉽게 생각하시는 부분들이 아쉽다”라고 토로했다.


그렇게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은 병역 혜택을 얻기 위한 각 구단들의 도구로 전락했고, 병역 보상이 없었던 WBC에서는 몸을 사리기 바빴다. 그렇게 태극마크는 한없이 가벼워졌고 한국 야구의 위상도 추락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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