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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의심하며 각자도생하라'…코로나 시대 북한 단상


입력 2023.06.16 05:00 수정 2023.06.16 08:01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英 BBC, 北 거주 소식통 인용 보도

코로나 방역 계기 '통제 강화' 흐름

경제·사회 등 광범위하게 적용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설을 듣는 북한 주민들(자료사진) ⓒ조선중앙TV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국경봉쇄 정책을 취한 지 3년이 넘은 가운데 '코로나 시대' 북한 단상이 철책 너머로 알음알음 전해지고 있다.


방역을 명분 삼은 통제 강화 기조가 사회 전반에 확산됨에 따라 주민들은 상호 불신 속 각자도생을 꾀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영국 BBC 방송은 14일(현지시각)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데일리NK 협조하에 3명의 대북 소식통과 접촉해 코로나 시대 북한 실상을 전했다.


지난 몇 년 간 '셀프 봉쇄'를 이어온 북한은 자립경제 구축을 강조하며 재자원화(재활용) 실적 등을 대내외에 과시해왔지만, 실상은 외부자원 유입 차단으로 주민생활 악화만 거듭됐다는 평가다.


"국경 닫자 모든 것이 부족해져
시장 판매상품 가격 폭등"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명숙(이하 모두 가명)씨는 중국에서 밀반입한 항생제 등 의약품을 시장에 판매해 가정 생계를 책임져왔다고 한다. 국경수비대에 뇌물은 물론 수익 절반을 뜯겼지만,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은 국경봉쇄 정책이 도입된 이후였다. 판매품 확보가 거의 불가능해져 밀반입까지 시도해봤지만 적발됐다고 한다. 이에 상시 감시 대상자로 분류된 명숙 씨는 북한산 약품을 구해다 팔았으나 그마저도 구하기 힘들어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또 다른 국경 일대 마을에 살고 있는 건설 노동자 찬호 씨는 식량 배급을 받은 지 너무 오래돼 배급을 잊고 살 정도라고 말했다. 찬호 씨는 "국경을 닫자 모든 것이 부족해졌다"며 시장에서 쌀·옥수수·조미료 가격이 치솟았다고 전했다.


찬호 씨는 처음에 코로나19로 죽을까봐 걱정이 됐지만, 시간이 흘러 주변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면서 굶어 죽을지 모른다는 걱정을 했다고 한다.


"평양에 구걸하는 사람 늘어
누워있는 사람 확인하면
보통 죽어 있어"


봉쇄 여파는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특권계층이 거주하는 평양까지 밀려왔다. 식료품 가게에서 일하는 지연 씨는 남편이 뇌물로 받은 담배와 빼돌린 과일·야채를 시장에 내다팔아 쌀을 구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엔 퇴근 시 철저한 가방 검색이 이뤄지고 남편이 받아오는 뇌물도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지연 씨는 하루 한 끼를 먹곤 하는데, 최근 이틀 동안은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경에서 물자가 들어오지 않아, 사람들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해야 할지 모른다"며 사람들이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죽기 위해 산 속으로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길거리엔 구걸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누워있는 사람들을 확인해보면 대개 숨진 상태라고 한다.


"중국에 있는 누군가와
통화하다 적발돼 교화소로"


북한 당국은 사회문화 분야에서도 통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일례로 과거 접경지역 주민들은 밀반입된 중국산 휴대전화기를 들여와 중국 이동통신망을 활용해 해외에 몰래 전화를 걸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접경지역 마을에선 모임 때마다 중국산 전화기를 가진 사람의 자수를 권한다고 한다. 중국에 있는 누군가와 통화하다 적발된 명숙 씨의 지인은 몇 년 동안 교화소에 보내졌다고 한다.


"22세 남성, 평양서 韓 노래·영상
유포해 10년 3개월 노동교화형"


무엇보다 코로나 시기 도입된 반동문화사상배격법 등 각종 '사상 강화 법안'은 주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평가된다.


지연 씨에 따르면, 한국 노래와 영화를 공유한 22세 남성은 최근 평양에서 공개 재판을 통해 10년 3개월의 노동교화형에 처해졌다. 관련 법이 없었던 2020년 이전에는 조용히 징역 1년형이 내려졌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연 씨는 "사람들이 가혹한 처벌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연 씨는 주민들이 "서로를 믿지 않는다"며 "두려움이 크다"고도 했다. 그는 관련 법에 따라 심문을 받았다며 심문 이후 자신의 진짜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로 밝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감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해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연·명숙·찬호 씨는 주말마다 찾아오는 '자아비판 시간(Life Review Session)'을 계기로 자신의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는 동시에 이웃의 단점을 보고한다고 한다.


北 "조작된 증언"


한편 런던주재 북한대사관 측은 "반공화국 세력의 조작된 증언"이라며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련과 도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안녕은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고 덧붙였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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