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보름 만에 성공
北 기술력 비롯해
제재 위반 품목 적용 여부 등
파악할 수 있는 계기될 듯
군 당국이 지난달 31일 서해 공해상에 추락한 북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일부 잔해를 보름 만에 인양했다.
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사실상 같은 원리로 발사되는 만큼 북한 기술력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합동참모본부는 16일 "우리 군은 전날 오후 8시 50분께 '북한 주장 우주발사체'의 일부를 인양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을 '위성 명목 장거리 탄도미사일' '북한 주장 우주발사체'로 평가해 대응하고 있다. 위성 발사 정당성을 강조하는 북한 주장에 선을 긋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된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북한은 안보리 결의에 따라 모든 사거리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금지돼 있다. 이에 따라 탄도미사일 기술을 토대로 발사되는 북한 위성도 불법 도발이라는 게 정부와 국제사회 판단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잔해물 표면에는 '천마'라는 글자와 함께 하늘을 나는 말의 모습을 형상화한 마크가 새겨져 있다.
이번에 건져 올린 잔해물은 직경 2~3m, 길이 12m의 2단체로 평가된다. 북한 위성이 3단체로 구성된 만큼 △1단체 △3단체 △탑재체 등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합참은 "우리 군은 추가 잔해물 탐색을 위한 작전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지난달 31일 북한 위성 발사 약 1시간 반 만에 서해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 인근에서 잔해물을 발견하고 인양작업을 개시했다.
발견 당시 수면 위로 일부분이 노출돼 수 미터가량의 길이로 추정됐지만, 최종 확인 결과 약 12m 길이로 파악됐다. 북한 위성이 총 30여m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40%가량의 잔해물을 인양하게 된 셈이다.
다만 워낙 잔해물이 크다 보니 신속한 인양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평가다. 애초 수면 위로 노출됐던 부분까지 바닥으로 가라앉은 탓에 75m 깊이에서 12m에 달하는 물체를 건져 올려야 했다는 설명이다.
군 당국은 우선 2단체의 양 끝에 'ㄷ'자 모양의 강철 고리를 연결해 인양을 시도했다. 하지만 2단체 상단부에서 4분의 1가량 되는 지점의 '리벳 접합' 부분이 끊어지려 해 다른 방법을 강구했다.
끊어지려는 부분에 'ㄷ'자 모양의 고리를 다시 설치하고, 심해 잠수 작업을 통해 발견한 잔해물 하단부 관통구를 통해 와이어를 설치하는 등 추가 작업을 거쳐 인양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서해 특성상 조류 변화가 급격하고 시야 확보도 쉽지 않아 인양 작업이 여의치 않았다는 평가다. 군 관계자는 "하루에 2번 정도밖에 잠수가 안돼 잠수시간이 굉장히 짧았다"고 말했다.
인양된 잔해물은 평택 2함대 사령부로 이송됐으며 전반적인 성능과 외국 부품 사용 여부, 기술 수준 등에 대한 분석이 이뤄질 전망이다. 합참은 국방과학연구소 등 전문 기관에서 정밀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미는 지난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잔해물 공동조사에 합의한 바 있기도 하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아마도 2단체 동체 내에 연료와 산화제가 그대로 탑재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2단 엔진의 특성 및 성능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북한 발사체 및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기술 수준, 유엔 안보리 제재와 연관된 해외 구성품의 구매 여부 등 상당한 정보 획득도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