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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다 그르치니 다그친다'…북한, 중간점검 회의서 간부 '채찍질'


입력 2023.06.19 11:28 수정 2023.06.19 11:33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상반기 결산회의 3일간 개최

"위성 실패, 가장 엄중한 결함"

국방 성과 주력해온 김정은

연설 삼가며 간부에 책임 전가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지난 16~18일 당 중앙위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상반기 결산 및 하반기 계획 수립을 위해 '중간점검 회의'를 3일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제·국방 성과를 동시에 도모하는 '병진노선'과 관련해 무리한 계획에 대한 수정 조치 없이, 일선 책임자들의 '무조건적 수행'을 강조하며 채찍질에 박차를 가한 모양새다.


19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지난 16~18일 당 중앙위 본부에서 진행됐다며 "제6·7차 전원회의가 제시한 전진 목표와 전략·전술적 원칙에 따라 국가의 이익과 안전 환경을 견결히 수호하고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 국면을 새롭게 상승시키기 위한 올해의 주요정책 집행 정형을 중간 총화(결산)하고 하반년도(하반기)의 진군 노정에서 반드시 대책하고 보다 박차를 가해야 할 정책적 문제들을 토의·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해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 및 후보위원 △당 중앙위 위원 및 후보위원 등이 참석했다. 내각 간부를 포함한 △도·시·군 인민위원장 △도농촌경리위원장 △성·중앙기관·중요공장·기업소 책임 일꾼(간부) 등은 방청자로 참여했다.


주요 논의 사안으로는 △올해 주요 정책 집행을 위한 투쟁을 더욱 과감히 전개해나갈 데 대하여 △교육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획기적 조치에 대하여 △각급 인민위원회 일꾼들의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일 데 대하여 △인민 주권 강화에서 나서는 문제에 대하여 △당 규율 건설을 심화시키기 위한 중요대책에 대하여 △조직문제(인사) 등 총 '6개 의정'이 상정됐다.


김정은 전원회의서 사실상 처음으로 공개 발언 無


김 위원장은 통상 주요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거나 보고자로 나서 대내외에 핵심 메시지를 던져왔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선 이렇다 할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통일부는 전원회의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사실상 최초로 연설을 삼갔다며 "난관의 원인을 외부 하부단위에 미루는 것으로 보아, '5개년 계획' 이행이 부진하고 만회에 대한 자신감도 감소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2021년 1년 제8차 노동당대회를 개최해 분야별 중장기(5개년)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당대회 이후 만기친람 행보를 보이다, 최근 들어선 농업 등 경제 일정을 사실상 내각에 일임하고 군사 일정에 집중해왔다. 실제로 통일연구원 '김정은 공개활동 보도분석 DB‘에 따르면, 올해 김 위원장의 군사 부문 일정은 13회에 달한다. 군사정찰위성 관련 현지지도 일정에는 딸까지 대동해 성과를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합동참모본부가 지난달 31일 서해상에 추락한 북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일부 동체를 인양하는 모습(자료사진) ⓒ합동참모본부

하지만 지난달 31일 발사한 위성이 서해상에 추락함에 따라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 언급된 주요 성과는 경제 부문에 집중됐으며, 군사 부문 성과는 개괄적으로 언급됐다.


통신은 회의에서 "공화국 전략 무력이 고도화된 군사 기술력에 있어서나, 무기체계 발전 속도에 있어서나 자타가 공인하는 진보를 이룩하고 현존하는 위력적 실체로 장성 강화되고 있는 좋은 성과들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 나타난 간과할 수 없는 결함들도 엄정히 총화(결산)했다"며 "가장 엄중한 결함은 지난 5월 31일 우주개발 부문에서 중대한 전략적 사업인 군사정찰위성발사에서 실패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위성발사 준비 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한 일꾼들의 무책임성이 신랄하게 비판됐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위성 발사를 서두르다 실패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상황에서 사실상 일선 간부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모양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상정한 목표는 무조건 달성해야 한다는 정책 기조와 맞물려 있기도 하다. 과도한 목표 설정에 따른 성과 미흡이 '목표 수정'으로 이어지기보단 '담당자 채찍질'로 귀결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통신은 위성 발사 실패와 관련해 "해당 부문의 일꾼들과 과학자들이 막중한 사명감을 깊이 명심하고 이번 발사 실패의 원인과 교훈을 철저히 분석하고 빠른 시일 안에 군사정찰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함으로써 인민군대의 정찰정보 능력을 제고하고 우주개발 분야에서 더 큰 비약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지름길을 마련할 데 대한 전투적 과업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지난 16~18일 당 중앙위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경제 부문 관련해 "엄격 규율 확립 못한 폐단"


주요 성과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언급한 경제 부문에서도 '유사한 접근법'이 확인된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상반기 경제 부문 성과로 △관개 건설 목표 달성 △살림집 건설 등을 언급하며 "경제 건설의 각 분야에서 생산장성률(생산성)이 뚜렷하게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연말 개최한 제6차 전원회의에서 농업 생산성 증대 등을 골자로 선정한 '인민경제발전 12개 중요고지' 점령에 있어 성과가 있었다는 취지다.


다만 "상반년도 경제 사업에서 인민경제 계획을 무조건 수행하는 엄격한 규율을 확립하지 못하고 경제의 자립적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을 실속 있게 진행하지 못한 일련의 폐단들이 엄정히 분석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다섯째 의정(당 규율 건설을 심화시키기 위한 중요대책에 대하여) 토의 과정에선 "당 규율을 더욱 철저히 확립하는 것이 가지는 의의와 중요성"이 강조됐다.


경제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규율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부 쥐어짜기'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셋째 의정인 '각급 인민위원회 일꾼들의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일 데 대하여'의 토의 과정에선 "패배주의에 빠져 맡은 사업을 주인답게 전개하지 않고 있는 일부 인민위원장들에 대한 자료 통보"가 이뤄지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자료사진) ⓒAP/뉴시스
'사회주의 국가와의 연대'에서
'美에 반기든 국가와의 연대'로


한편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반미 노선'을 명확히하며 향후 중국·러시아 등과 접촉면을 넓히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8차 당대회 이후 '사회주의 국가와의 연대'를 강조해온 북한이 '반미 연대'라는 보다 구체적인 노선을 천명한 모양새다.


통신은 "우리의 인내와 경고를 무시한 적대세력들의 무분별한 전쟁도발 책동으로 (인)하여 조선반도의 안전 환경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데 대해 심각히 분석·평가했다"며 "군사기술적으로, 정치외교적으로 예민하고 기민하게 대응하여야 할 절박성이 언급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강도적인 세계패권 전략에 반기를 든 국가들과의 연대를 가일층 강화하는 것을 비롯해 대외활동을 철저히 국권 수호, 국익 사수의 원칙에서 자주적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벌려나가기 위한 중대과업들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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