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발사한 위성 추락
주민들에겐 줄곧 함구해와
'상반기 성과 과시용' 물건너가
'속도전' 대신 '숨고르기' 가능성
지난해부터 공들여온 군사정찰위성 1호기가 서해상에 추락해 체면을 구긴 북한이 20일 만에 주민들에게 실패 사실을 공개했다.
대외적으로 실패를 즉각 인정한 것과 달리, 대내엔 일언반구 않던 북한이 '상반기 결산회의'를 계기로 '재발사 속도전' 대신 '사태 수습'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당초 위성 발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상반기 업적으로 내세우려던 구상이 완전히 어그러진 만큼, 실패 원인 분석 및 후속 조치 등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다.
19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지난 16~18일 당 중앙위 본부에서 진행됐다며 상반기 결산과 관련해 국방 분야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결함들도 엄정히 총화(결산)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지난 2021년 1월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방력 발전 5대 중점목표들이 모두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군사정찰위성 개발 사업은 우리 무력의 발전 전망과 싸움 준비를 철저히 갖추는 데서 매우 큰 의의를 가진다"며 "가장 엄중한 결함은 지난 5월 31일 우주개발 부문에서 중대한 전략적 사업인 군사정찰위성 발사에서 실패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위성 발사 준비 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한 일꾼(간부)들의 무책임성이 신랄하게 비판됐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딸까지 대동해 위성 발사 관련 현지지도를 여러 차례 진행했던 만큼, 실패 책임을 일선 간부들에게 떠넘긴 셈이다.
위성 관련 T/F 운영 대신
총괄 기구 신설할 가능성
이번 회의에선 '책임 떠넘기기'와 별개로 후속 대응 방안도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재발사 의지를 거듭 피력하되 관련 조직 개편 등 '숨고르기'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평가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월 김 위원장 지시에 따라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를 꾸려 관련 준비를 이어온 끝에 위성 발사를 감행했다. 하지만 최종 실패로 귀결된 만큼, 비상설 기구가 아닌 상설 기구를 마련해 총괄 역할을 맡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통신은 이번 회의에서 "우주 분야 개척을 위한 초기 단계에서 이룩한 과학기술적 성과들을 부단히 확대, 장성시켜 전망성 있게 우주 산업의 개척로를 열고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우주 강국으로 일떠세우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우주과학기술 잠재력을 총발동해야 한다는 견해에 기초해 최고인민회의에 상정시킬 필수적인 기구적 조치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비상설 태스크 포스(T/F)를 중심으로 각 분야 협업을 시도했다 실패한 위성 1호기를 반면교사 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통일부는 북한이 우주 산업 관련 기구 편제 안건을 최고인민회의(우리의 국회)에 상정할 것을 예고했다며 지난 2013년 4월 내각 산하에 신설됐던 국가우주개발국을 총괄 기구로 확대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신속한 재발사 무게 두던 北
실패 원인 철저한 분석 강조
"재발사 상당 기간 소요될 수도"
아울러 북한은 위성 실패 이후 엔진 결함 가능성을 거론하며 신속한 재발사에 무게를 둔 것과 달리, 이번 회의에선 실패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도 강조했다.
통신은 "해당 부문의 일꾼들과 과학자들이 막중한 사명감을 깊이 명심하고 이번 발사 실패의 원인과 교훈을 철저히 분석하고 빠른 시일 안에 군사정찰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함으로써 인민군대의 정찰정보 능력을 제고하고 우주개발 분야에서 더 큰 비약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지름길을 마련할 데 대한 전투적 과업이 제시됐다"고 전했다.
위성 발사를 상반기 성과로 과시하기 어려워진 만큼 확실한 성공을 위해 내부 정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실패 원인을 계속 분석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재발사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위성 재발사 시점과 관련해 "한미 정보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특별히 그 시기를 지금 특정해서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