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한 공개 활동 전개하며 총선 준비
국가 어젠다 던지고 지역구 활동도 병행
정치적으론 '尹 안티테제' 자리매김?
'개인'에 맞춘 행보, 당 안팎선 "실망"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한동안 잠행을 이어오던 안철수 의원이 활발한 공개 행보에 나서며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대권 주자로서 교육·과학기술과 같은 국가적 비전을 제시하는 동시에 소소한 지역구 활동까지 병행 중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철저히 안 의원 '개인'에 맞춘 행보에 실망감을 토로하는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철수 의원은 전날 '보수의 심장'으로 여겨지는 대구에서 '자녀교육 토크 콘서트'를 열고 미래 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안 의원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미래를 준비하는 부모님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며 "아이와 부모의 '행복한 성장'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홍보했다.
이에 앞서 21일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주제로 한 '2023 국회 세미나'에 참석해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힘든 것처럼 블록체인 기술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발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으며, 또한 연금 전문가 겐조 요시카즈(權丈善一)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한 연금개혁'이라는 화두에도 힘을 보탰다.
아울러 지역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각종 지역구 행사에 얼굴을 내비치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엔 경기 분당갑 당원들과 함께 강원도로 당원 연수를 다녀왔다.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험지출마론' '서울 노원병 출마론' 등을 일축하고 분당갑 지역구를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실제 안 의원은 지난 2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호사가들의 괜한 이야기"라고 험지출마설 등을 일축한 뒤 "다른 데 돌보지 않고 열심히 분당 지역 발전을 위해 뛰고 있다"고 했다. 안랩 본사가 판교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분당 지역 발전에 일부 공헌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정치적으로는 윤석열 정부와 조금씩 대립각을 세우며 '안티테제'로서의 자리매김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연대보증인"이라며 한 몸임을 강조해왔지만,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충돌한 뒤 생긴 변화다. 최근 윤 대통령의 '수능 킬러 문항 배제'에 대해 "고3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걱정이 많다"며 "정부가 이들의 불안감이 크다는 문제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안 의원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총선을 앞둔 중요한 시점의 행보가 당의 승리보다는 철저히 '개인'에 맞춰져 있어 축소지향형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경기도당위원장을 맡아 경기도 선거를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그 자체로는 파괴력에 있어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안 의원이 국민의힘에서 역량과 역할·입지를 넓히기보다는 지역구 의원, 지역 정치인으로 본인 스스로를 한정하고 있다"며 "정치 리더로서 본인뿐 아니라 동지들을 지원하고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대외적으로 개인 공천 문제에 목매는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안 의원이 결정적인 시점에 항상 도전에 실패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성찰해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경기도 지역의 한 원외당협위원장은 "안 의원이 국회의원 배지 한 번 더 달겠다고 지금 정치를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열세인 한 지역의 선거판을 뒤집고 그 성과를 오롯이 가져가기 위해서는 상징성 있는 험지에 출마하는 정도의 헌신과 모험이 필요하다. 그걸 알기에 안 의원도 전당대회 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역 정치인이라면 모를까 대선 주자로서의 안 의원 행보에는 주위를 감복하게 만들 '감동'과 '울림'이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