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와 별개로 당 차원 진상조사도
김기현 "수해 때 부적절한 언행 주의하라"
홍준표 "을인데 참아야"…수용 방침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 개시 여부를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홍 시장은 전국적으로 폭우가 내렸던 지난 15일 골프를 치는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8일 오후 국민의힘 중앙윤리위는 공지를 통해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수해 시 골프 논란 관련 징계절차 개시 여부의 건'을 직권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의는 오는 20일 오후로 잡았다. 당 지도부가 홍 시장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도 되지 않은 시점의 신속한 조치다.
국민의힘 윤리강령 시행규칙 22조 2항에는 "당직자와 당 소속 공직자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언행 기타 당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체의 해당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자연재해나 대형 사건·사고 등으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거나 국민과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경우' 경위를 막론하고 오락성 행사나 유흥, 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록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라도 집중호우에 따른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골프를 친 행동이 윤리규정에 위반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리위와 별개로 당 지도부도 이날 홍 시장의 '폭우 골프'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기록적인 폭우로 인명 피해 소식에 국민 모두가 무거운 마음"이라며 "당 소속 의원들은 물론이고 각 당협위원장, 지자체장, 정부 관계자 또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홍 시장 관련 논란이 당의 악재로 비화되기 전 사전 조치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앞서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를 따져 물으며 김 대표를 흔들었던 홍 시장에 대한 정치적 경고가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 물론 김 대표는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며 홍 시장 징계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홍 시장은 "공직자의 주말은 비상근무 외에는 자유"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도 페이스북을 통해 "비상 2단계 발령 시 단체장은 관례상 위수지역만 벗어나지 않으면 상관없다. 비상 3단계 때 비로소 단체장이 업무 총괄을 하는데 당시는 비상 2단계였다"며 "대구시 재난대비 매뉴얼에 어긋난 행동을 한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골프를 이용해서 국민 정서법을 빌려 비난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아직도 국민 정서법에 기대어 정치하는 건 좀 그렇다"면서 "후쿠시마 오염수도 국민 정서법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로 대처하고 있다"며 자신을 향한 비판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다만 윤리위 직권상정 결정 이후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홍 시장은 "내가 을이니 윤리위에서 하라는 대로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며 "참을 때는 참아야지 성격대로 해선 안 된다"며 당 방침에 따르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