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소모 최소화 위해 단식 장소 당대표실로 변경
정청래 "김대중·노무현 죽이기 언급하며…똘똘 뭉치자"
전용기 의원 등 청년위원, 이 대표 비운 천막서 동조 단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2주째 이어지면서 건강 악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출구 전략이 깜깜한 이 대표의 단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친명계는 이 대표의 건강 악화를 지렛대 삼아 연신 "똘똘 뭉치라"며 당내 결집을 압박하고 있다.
13일 민주당에 따르면 단식 2주차를 맞은 이 대표는 부정맥 빈도가 많아지고 있고 체중 감소도 상당한 상황이다. 외부 의료진은 통상 단식 10일에서 14일을 넘기면 의학적으로 불가역적인 손상이 온다면서, 이를 감안하면 이 대표의 단식이 한계에 온 것이라는 소견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자 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를 단식 중 두 차례나 소환한 검찰을 향해 '정치 검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조 단식 등 일사불란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이 대표의 건강 악화뿐 아니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검찰 조사가 마무리되며 체포동의안 표결이 임박한 것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식 중에도 무모한 검찰 독재정권은 이재명 대표를 두 번씩이나 소환 조사했다"라며 "선거법으로, 대장동 사건으로, 성남FC 사건으로, 백현동 사건으로, 변호사비 대납 사건으로, 대북송금 사건으로 사건도 되지 않는 사건을 사건화해 능멸하고 괴롭히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김대중 내란음모조작 사건처럼 이재명 죽이기 공작이 횡행한다"라며 "김대중 죽이기에 맞서 김대중과 함께 똘똘 뭉쳐 싸웠듯이, 노무현 죽이기를 할 때 노무현과 함께 똘똘 뭉쳐 싸웠듯이, 이재명 죽이기에 맞서 민주당부터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싸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문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단식 중인 제1야당 대표를 기어이 포토라인에 세우고 영양가 없는 질문들로 시간만 질질 끌며 침대축구하듯 조사했다"라고 대(對)검찰 파상공세를 펼쳤다.
민주당은 지난 9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친 검찰 조사로 이 대표의 스트레스가 가중돼 몸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폭주가 끝이 없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단식을 중단할 의사가 없어보인다. 이날 이 대표는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국회본청 앞 천막 대신 실내인 당대표실로 단식 농성 장소를 옮겼으며,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서은숙 최고위원 역시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압수수색을 400번 가까이 하고 소환조사를 6번이나 했다. 그것도 두 번은 대표가 단식하고 있는 기간에 했다"라면서 "지난 2년 동안 무엇을 한 것이냐. 그 와중에도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이 수사가 과연 정당한 수사냐"라고 물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검찰이 어제 13일째 단식 중이던 이재명 대표를 다시 소환해 조사했지만 1시간 50분 만에 종료했다"라며 "검찰은 혐의를 입증할 날카로운 질문도, 구체적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적을 죽이기 위한 무도한 검찰권 행사를 지금 당장 중단하라"라며 "검찰의 업보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음을 국민과 함께 경고한다"라고 했다.
전국청년위원장인 전용기 의원을 비롯한 당 전국청년위원회 위원들은 '이 대표의 투지를 잇겠다'며 동조 단식에 들어갔다. 전용기 의원실 관계자는 "전용기 의원이 밤새 자리를 지키고 천막에서 잠을 잘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과 당원의 만류에도 이재명 대표가 당대표실에서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한다. 청년위가 이 대표의 단식농성장을 지키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가 단식 농성 장소를 당대표실로 옮기면서, 당의 청년들이 이 대표의 빈자리를 메우겠다는 취지다.
청년위 또한 "검찰독재정권의 무도함이 도를 넘었다"라고 주장하며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검찰독재정권의 폭정 앞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라고 했다.
이날 이 대표는 최고위원들을 시작으로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김근태계 모임인 민평련(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 소속 의원들의 잇단 단식 중단 요청을 받았다. 양승조 전 충남지사·허태정 전 대전시장·이춘희 전 세종시장도 단식 중인 이 대표를 찾아 우려를 전했다.
이들은 이 대표의 건강 상태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지적하면서 단식을 그만할 것을 간곡히 요청했으나, 이 대표는 "아직 똘똘하다"며 에둘러 거절했다. 대신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실정에) 제동을 걸 방법이 없다"라는 입장만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