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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 "MBC 직급강등 단체협약, 노동조합 목적에 벗어나 위법 무효"


입력 2023.09.18 18:05 수정 2023.09.18 18:32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MBC 소속 부장 19명, 회사 상대 '직급강등 무효 확인 소송' 제기…일부 원고 승소

승소 11명에게 2018년부터 지급하지 않은 직급 및 직무수당 등 1인당 200만원~500만원 지급 결정

재판부 "직급강등, MBC 내부 위계질서 뿐만 아니라…근로자 인격적 법익과도 관계"

"사안 복잡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근속연수 기준으로 직급 조정하는 것은 부당"

법원. ⓒ데일리안 DB

지난 2018년 MBC 최승호 사장이 MBC 내 고속 승진자들을 대상으로 직급을 강등시켰던 조치가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MBC와 맺은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직급을 단순화하면서 기존 고속승진자들의 직급을 한두 단계씩 강등 조치한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린 판결로, 노동조합의 목적에 현저하게 반해 합리성을 잃은 노사합의는 단체협약으로 인정할 수 없어 위법 무효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8일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는 MBC 김모 부장 등 19명이 제기한 직급강등 무효 확인 소송에서 일부 원고 승소 판결을 하고, 승소한 11명에게 2018년부터 지급하지 않은 직급 및 직무수당과 퇴직금 추가 적립액 등 1인당 200만원~5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번 소송은 MBC 사장으로 새로 부임했던 최승호 경영진이 2018년 5월에 기존에 국장, 부국장, 부장, 부장대우, 차장, 차장대우, 사원의 7개 직급을 4개 직급으로 단순화하면서 106명의 직원의 직급을 본인 동의 없이 강등시킨 조치에 해당 직원들이 반발하면서 제기됐다.


당시 MBC는 직원 본인의 과거 인사고과와 승진 기록과 상관없이 오로지 근속연수에 근거하여 10년차 미만은 사원, 10차 이상 20년차 미만은 차장, 20년차 이상 30년차 미만은 부장, 30년차 이상은 국장으로 분류하면서 직원 236명의 직급을 올려주었고 106명의 직급을 강등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MBC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직급이 상향 조정된 근로자 236명 가운데 191명이 언론노조 소속 근로자들인데, 하향 조정된 106명 중 언론노조 근로자는 44명에 불과하며 나머지 62명은 제3노조에 소속되어 있거나 노동조합에 소속되어 있지 않았다"며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으로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직급이 낮은 서열을 부여받으면 각종 수당이나 업무추진비가 감액되고 인사서열이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며 "직급강등은 MBC 내부의 위계질서 뿐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인격적 법익과도 관계된 것으로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아 정당한 목적이 있는 경우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고 강조했다.


MBC문화방송 사옥 전경 ⓒ데일리안

이어 "2017년 이전의 인사 승진이 부당노동행위로 불합리하게 진행되어 피해본 직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불이익을 본 근로자나 반사이익을 본 근로자를 특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만 대상으로 직급을 조정하거나 새로 승진하면 되는데도 사안이 복잡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속연수만을 기준으로 직급을 조정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이번 조치로 직급이 상향된 직원은 대부분 언론노조원들이고, 하향된 직급을 부여받게 된 근로자의 과반수는 제3노조원이거나 비노조원"이라며 "MBC는 이 사건 노사합의 전에 여러차례 시뮬레이션을 실시하여 직급이 상향되거나 하향되는 근로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MBC와 언론노조가 의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이유들로 해당 노사협약은 단체협약으로서의 합리성이 현저하게 결여돼 무효라고 판시했다. 즉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단체협약은 합리성이 현저하게 결여돼 근로조건 유지와 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한다는 노동조합 본래의 목적에 벗어난다는 의미이다.


또한 재판부는 부장대우나 차장대우, 부국장이었던 직원이 차장이나 사원, 부장으로 강등된 직급 강등 사례에 대해서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MBC노동조합(제3노조)는 지난 5월 10일, MBC의 보직자 148명 가운데 132명이 언론노조원으로 노사가 동일체로 운영돼왔다는 사실을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했다.


이날 제3노조는 이번 판결로 MBC와 언론노조가 합심해 언론노조의 이익을 꾀하고 소수노조원이나 비노조원의 인권을 침해하는 단체협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며 특히, 언론노조가 노동조합으로서의 본분을 저버리는 결정을 했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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