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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노소영 법정 밖 설전, 동거인 사생활 얘기…그만 하시죠 [데스크 칼럼]


입력 2023.11.14 11:06 수정 2023.11.14 11:07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결혼·이혼에 대한 과거 인식 바뀌어…각자의 해석에 맡겨야

최 회장 도덕적 정당성과는 별개로…김 이사장의 사생활·개인정보는 보호돼야

노 관장도 사회·경제적 약자 아냐…이제 조용히 법원 판결에 맡겨야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에선 한 사무라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살인 용의자와 사무라이의 아내, 목격자, 심지어 사무라이의 혼백이 전혀 다른 말을 한다. 영화는 진실이란 말하는 사람의 처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실제 사람들은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놓고도 각기 다르게 말하기도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논란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두 사람만의 파경 사유는 분명 있을 텐데 서로의 진술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최근 노 관장이 이번 이혼 소송의 이유로 최 회장과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의 혼인 기간 외도를 들자, 최 회장 측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실질적으로 부부 공동생활이 파탄 난 상태"라고 밝혔다.


노 관장과의 혼인 관계는 김 이사장을 만나기 훨씬 이전에 이미 파탄 나 있었고 십수 년 동안 형식적으로만 부부였다는 것이다. 상황은 하나인데 사건은 완전히 재구성되는 ‘기억의 조작’을 본다. 구로사와 감독은 "인간은 진실할 수 없다. 언제나 윤색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고 했다.


문제는 이를 전달하는 사람들의 행태다. 이들은 "남의 가정을 깬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노 관장의 말을 자극적으로 중계 보도하고 소위 지라시로 확대 재생산하면서 대중들의 '환호' 혹은 '저주'를 유도하고 있다. 최 회장이 "당사자 사이의 문제를 제3자(김 이사장)에게 전가해 세간의 증오를 유도하려 한다"고 지적한 이유다.


하지만 어떠한 사람이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이를 위한 기본권인 사생활·개인정보가 보호받아야 하고 법으로도 보장이 돼 있다. 김 이사장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한 인간으로서의 내밀한 생활과 특히 자녀·가족 관련 정보들이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그게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고,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로서 지양돼야 한다. 사실관계 파악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사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은 당사자 간 선택의 문제다. 더군다나 지금은 두 사람이 결혼했던 시대와는 다르다. 예컨대 과거 교사의 '사랑의 매'는 학생들의 훈육을 위해 필요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인격 모독과 모멸감의 대명사가 됐다.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흔히 비유됐던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속담 역시 스토킹 범죄를 조장한다고 사용하지 않는다.


과거 우리가 용기 있는 로맨스라 칭했던 상당수의 행위는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경우, 처벌대상이다. 결혼제도를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부부의 가치나 모습도 세월 따라 많이 변해가고 있다. 결혼이 절대선이 아니라 나의 행복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되면서, 이혼에 대한 시선도 변해가고 있다.


요즘은 이혼도 가족간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로 인식한다. 더 나아가 요즘 MZ세대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는 남의 외도를 도덕적으로 비난하지 않는 것 조차 쿨하다고 본다.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최 회장이 이번 일에서 도덕적 정당성까지 확보했다고 보긴 힘들다. 단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은 지극히 두 사람간 개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노 관장은 언론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밖에 없는 사회·경제적 약자도 아니다. 따라서 이 두 사람의 다툼은 이제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게 옳다고 본다.


실제 이런 모습을 5년째 계속 보고 있는 국민들은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엄혹한 현실 삶에 지쳐있는 국민들이 언제까지 재벌가의 이혼 다툼까지 지켜봐야 겠는가. 조용히 판결을 기다리는 것이 미덕이다.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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