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크라운’을 쓰고 KBO리그 MVP로 선정된 에릭 페디(30)가 예상대로 미국 메이저리그(MLB)로 복귀한다.
ESPN과 MLB.com 등 현지 매체들은 6일(한국시각) “페디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총액 1500만 달러(약 196억원)에 계약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상세한 계약 조건은 메디컬 테스트를 거친 뒤 확정해 발표될 예정이다.
현지에서는 페디가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MLB.com은 “우완 페디는 한국에서 스위퍼라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했다. 화이트삭스는 KBO리그를 거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성공한 메릴 켈리와 같은 성과를 페디에게 기대한다”고 적었다.
지난해까지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뛰었던 페디는 빅리그 통산 88경기에 선발 등판했던 투수다. 2023시즌을 앞두고 외국인선수 연봉 상한선인 100만 달러(약 13억원)를 받고 KBO리그에 데뷔한 페디는 시즌 내내 압도적인 투구를 과시하며 다승(20승), 평균자책점(2.00), 탈삼진(209개) 1위에 올랐다.
정규리그 마지막 등판에서 타구에 맞는 불운 탓에 늦게 합류한 가을야구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kt 위즈 타선을 상대로 12개의 삼진을 잡았다. PO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이다.
이후 KBO 시상식 참석을 위해 한국으로 잠시 돌아온 페디는 MVP(득표율 91.9%)를 수상한 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다. NC라는 팀에 와서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수 있었다. 창원, 마산 팬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 창원은 제2의 고향이다”라고 말했다.
페디의 애정이 듬뿍 담긴 발언에 팬들 사이에서는 “재계약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타났지만, NC와 페디의 동행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다. NC도 다년계약을 제시하며 리그 최정상급 에이스를 붙잡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머니 게임에서 질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다.
KBO는 2023시즌을 앞두고 외국인선수 3명에게 지출하는 총액에 대한 샐러리캡 제도를 도입했다. 400만 달러(약 52억원)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다. 이 안에는 연봉과 계약금, 옵션 등이 포함되어 있다. 메이저리그는 선수 한 명에게만도 400만 달러 이상의 금액을 어렵지 않게 지급할 수 있다. 최근 KBO에서 MLB로 ‘역수출’된 드류 루친스키(35)도 지난 겨울 1년 300만 달러(약 39억원) 보장 계약을 했다.
따라서 '제2의 페디'를 KBO리그 무대에서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MLB 최저 연봉도 계속 오르고 있다. 2026년이 되면 최저 연봉이 약 80만 달러까지 오른다. 최저 연봉과 KBO리그의 신규 외국인선수 계약금 차이가 크지 않아 선수들로서는 굳이 낯선 환경을 찾아 도전하기보다 익숙한 미국(마이너리그)에서 다음 단계 도약을 모색하며 생활하는 길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KBO가 2023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연봉에 대한 샐러리캡이 도입된 만큼 당장 추가 수정도 어려워 보인다. 에릭 테임즈-루친스키에 이어 페디까지 '역수출'한 NC 다이노스를 넘어 리그 전체가 우수한 외국인투수 수급 문제를 놓고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