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안, 도입 13년 만에 폐지 수순…충남도 폐지안 의결, 서울시도 내년 논의 방침
수업시간 잠자는 학생 깨우면 '휴식권 침해' 몰려…기자 고교시절 교사 "과거와 많이 달라져"
전국 교사 3만명 중 80% "조례, 교권 추락 영향"…교권보호 4법 마련됐지만 교권침해 사례 여전
이념 및 진영논리 떠나 교권 보호 위해 머리 맞대야…현행 조례 페지하고 새로운 조례안 마련해야
학생인권조례가 도입 13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15일 충남도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도입한 7개 시도 가운데 처음으로 조례 폐지안을 의결했고 지방 곳곳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회도 관련 조례 폐지안을 상정시키려고 했지만 불발돼 내년 초 다시 폐지를 논의할 방침이다.
2010년 경기도를 필두로 서울·광주 등 진보 교육감이 이끈 7개 시·도에서 시행돼 온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7월 서울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 이후 교권침해의 주원인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조례 일부 조항이 학생의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해 교권 침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조례로 성별·종교·가족 형태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폭력과 위험에서 벗어날 권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2011년 체벌 금지를 시작으로 두발 규제 금지, 상·벌점제 폐지 등 기존 관행을 깨는 여러 정책들이 시행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수업 시간에 휴대폰을 사용하거나 버젓이 잠을 자 수업을 방해하더라도 교사가 학생을 혼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교사가 수업 시간에 잠자는 학생을 깨우는 것이 ‘휴식권 침해’로 몰리는 게 교육현장의 현실이다.
뉴스 속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9년 전 기자가 군 입대를 앞두고 고교 시절 선생님을 찾아간 적이 있다. 선생님은 '요즘 애들 어떠냐'라는 질문에 한숨을 쉬며 "너네 가르칠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이상 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이 전국 교사 3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직 교사 10명 중 8명 이상은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교권보호 종합방안, 교권보호 4법 등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고, 교육 당국이 교권 침해 행위에 대해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교권 침해 사례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때 자녀의 부정행위를 적발한 감독관이 근무하는 학교를 찾아가 피켓 시위를 하고 전화로 해당 교사를 협박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둘러 교육 현장 정상화를 앞당기지 않으면 제2, 제3의 피해 교사가 발생할 것이다. 이념과 진영논리를 떠나 교권 보호와 정상적 교육 활동 보장 논의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교권 추락의 원인이 된 조례를 폐지하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권리를 존중받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게 할 새로운 조례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