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실생활 가장 가까운 '생활정치' 우선
안양 유권자, 관성에 기댄 정치 아쉬움 커
정치적 기능 회복할 참신한 정책 필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우리 정치는 4류에서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은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았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는 22대 총선을 통해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 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본다. 마흔두 번째 순서로 윤기찬 국민의힘 경기 안양동안을 예비후보를 만났다.
안양역부터 범계동을 거치는 버스를 타고 들어오면 창 밖으로 보이는 주거단지, 'ㅇㅇ마을' 글자가 새겨진 아파트들이 줄지어 있고 90년대 향수를 자아내는 가로수들이 늘어서 있다. 안양 1기 신도시, 평촌신도시 일대다. 30년이 흘러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은 평촌신도시에 대한 주민들의 애착은 매우 강하다. 풍부한 도시기반시설로 인해 삶의 질이 높지만, 문제는 오래돼 노후화된 주택이다.
호계동으로 향하자 초입부터 아파트 재건축 공사 대형 패널 너머로 2020 신도시형 아파트들이 위용을 뽐낸다. 대규모 정비사업을 통해 미니신도시급 주거타운이 들어서게 되면서 노후화된 평촌신도시 대체 지역으로 재평가 받는 곳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동시에 안양동안을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자 1기 신도시인 평촌신도시 주거환경개선에 대한 니즈가 강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걸어서 선거사무소로 향하자 후보자들의 현수막이 크게 내걸린 사무소가 마주 보고 있었다. 호계동의 재개발 단지면서 동안구에서는 가장 세대수가 많은 평촌 어바인 퍼스트(3850세대) 코 앞이었다. 신규 입주민 표심을 노리는 후보자 간 치열한 자리 전쟁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모습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윤기찬 국민의힘 경기 안양동안을 예비후보는 '1기 신도시 리뉴얼'에 대한 혜안을 쏟아냈다. 또 관념·추상적인 것과 거리가 먼 '생활 정치'를 주장하며 주민들의 실생활과 가장 가까운 현안에 대한 설득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기찬 후보는 "유권자들은 추상적 이슈보다는 나의 생활에 어떤 도움이 될 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치인들은 시민들과 밀접한 문제를 왜 자신과 관련됐는지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1기 신도시가 왜 중요하냐. 나는 거기에 집이 없는데' 라고 말한다면, 이에 대해 설득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Q. 하루하루 지역민들을 만나며 바쁘게 보내고 있다. 현장 반응은 어떤가.
"'새로운 사람이 왔다. 누군가 올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새로운 사람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그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은 있지만, 내가 참여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열려 있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지역에서는 새로움과 참신함, 그리고 상식적인 정치 활동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부합할지 또 기대를 충족시킬지는 내 역할이지 않겠나."
Q. 유독 새로운 정치를 강조하는 것 같다. 지역구 현역이 이재정 의원이다. 민주당 세가 강한 것 같나.
"아직 그렇게까지 강한 민주당 지지 성향을 내게 보이신 분은 없다. 다만 정치권 전반에 대해 비판하시는 분이 꽤 있다. 예를 들면 '이게 정치냐·우리가 당신들 뽑아준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냐'하는 말씀들이다. 그만큼 '변화를 통한 대응'이 없으면 정치적 지형은 바뀐다는 생각이다.
유권자들은 더는 관성에 기댄 정치에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사회는 4년마다 많이 바뀌고 있는데, 정치인들의 언행이나 정치 활동은 같다. 공약만 봐도 알 수 있다. 주민들 처지에서는 늘 똑같은 말을 듣는 것이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보지 못하고 있는 지역민들의 아쉬움이 크다."
Q. 안양 평촌지역 개선·발전을 위해 시민이 만든 공약 캠페인을 시작했다. 모인 아이디어 중에 좋은 게 있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면담하면서 새롭게 느낀 부분들이 많다. 가장 큰 현안은 평촌신도시 주거 정비다. 스타트는 시작됐고, 중요한 역할은 선도지구 지정 과정서 있을 것 같다. 이미 리모델링을 상당히 추진한 단지들의 반대 여론도 있다. 복합단지로 가게 되면 조금 더 혜택을 받는데 그분들에 대한 매몰, 안전진단 비용 이런 것들을 어떻게 조금 더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또 다른 주민들의 니즈는 생활 SOC(국민 생활 편익 증진시설)다. 평촌 범계지역에 다목적 스포츠 센터가 부재한데, 이에 대한 요구가 크다. 안양교도소 이전 문제도 분분한데 2015년도부터 논의됐지만 지지부진하다. 이전 논의에 법무부가 아닌 안양·의왕이 끼어 님비현상이 된 게 문제다. 교도소 자리에는 바이오 산학협력기업 단지를 유치해 안양의 먹거리를 다져야 한다. 근접 환경을 특화 산업으로 실현할 생각이 있고, 나머지는 계속 의견 수렴 중이다."
Q. 안양교도소 이전 및 이전부지를 활용해 특화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인 평촌 도심의 재정비를 통해 더 안전하고 안락한 도시생태계를 구축해 스마트 1기 신도시로 전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사업을 시행하는 데에는 최소 수십조원이 필요하다. 선거 승리를 위한 공약(空約)에 그치거나, 오히려 이행되면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재건축은 행정 기관 인허가·용적률 상향 건폐율 조정 등을 통해 충분히 재정 지출을 안하거나 최소화 할 수 있다. 다목적 센터는 부지 개발과 관련해 농수산물센터·시외버스 터미널 부지 개발 이슈와 결합하면, 재정이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국가와 시가 매칭해 줄 수 있다. 최근 관심을 받은 기후동행카드도 안양 추진 시 일부 재정적 지원이 들어가지만, 서울시의 재정이 더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Q. 현 정치의 한계와 대안은.
"나는 이 지역에 대한 고민을 정치인들이 많이 끌어오지 않았다는 생각을 한다. 어젠다를 던지지 못했다는 거다. 중앙의 수용력과 비교해 안양이 어떻게 가야 할지 비전을 주지 않고 있다. 시장도 그렇고 국회의원들도 그렇고 그때그때 공약들을 분석해 보면 엄청나게 많다.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현실적으로 4개만 해도 4년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본다.
선거와 민심 수렴을 위한 지역 행사도 줄여야 한다. 매일 축사하고 상장 수여할 시간에 민원인을 만나겠다.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하게 끝마치고 남는 시간에 입법 공부를 하겠다. 국회의원이 곧 대의기관인데, 국민을 위한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이다. 앞으로도 정치적 기능을 회복할 참신한 정책을 충실하게 고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