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협상 가능성 시사에도 의료계 무반응
현장 의료진 피로 누적…의료 역량 감소 우려
정부 “각계 의견 경청해 의료개혁 추진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한 의료개혁 당위성을 설명하고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 행정처분을 유예하는 등 국면 전환을 시도했지만 좀처럼 의정 간 대화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특히 그간 의료계에서 지적해 왔던 ‘2000명’이라는 숫자에 대한 협상 가능성도 내비쳤지만 의사단체들의 싸늘한 반응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전날 윤 대통령은 “2000명이라는 숫자는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다”라면서도 “의료계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숫자 조정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은 “‘입장이 없음’이 공식 입장”이라며 “그 이유조차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논평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김성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 역시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이전의 정부 발표와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많은 기대를 했던 만큼 더 많이 실망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방재승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회장도 “이제는 앞이 안 보인다”며 주 52시간 진료 축소와 집단 사직서 취합 등 기존 조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전날 온라인 임시총회에서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기존과 같은 내용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의료 역량이 다소 감소하는 상황이 일부 감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행동 장기화로 현장을 지키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들의 과중한 업무와 피로가 누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앙응급의료센터가 관리하는 ‘국가응급진료정보망’에 27개 중증응급질환 중 진료제한 메시지를 표출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3월 첫 주 10개소에서 3월 마지막 주 14개소로 소폭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병원의 비상체제 운영이 길어지는 만큼 환자들의 불안감은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의사가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면서다.
이에 정부는 1차, 2차 비상진료대책을 시행한 데 이어 기존 대책을 지속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추가 배치하고 진료지원 간호사를 필요시 추가 채용한다.
또 시니어 의사를 신규 채용하거나 퇴직 예정 의사 계속 고용 및 재채용한 의료기관에 채용지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의대 교수진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비상진료 방안으로 가용 인원을 총동원하겠다는 방침이다.
1882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지원’도 1개월 연장한다. 특히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심폐소생술·기관 삽관·고압 산소요법 등 68개 응급의료행위·중증 및 응급수술 시 처치·수술료 등에 대해 각각 100~150%씩 가산해 보상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의료개혁 추진을 위한 각계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전했다. 전문가 의견을 꼼꼼히 검토해 ‘의료개혁 4대 과제’ 이행방안을 보강한다는 목표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국가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의료개혁을 시작했다”며 “반발이 심한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알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되기에 추진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10년 뒤 중증·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킬 수 없다”며 “정부는 지금의 갈등을 조속히 수습하고 의료개혁의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