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 대회 통해 다양한 의견 수렴
조정훈 "냉정한 분석 없이는 또 패배"
김재섭 "복기 이뤄진 후 전당대회 필요"
총선 참패 후 당 수습 중인 국민의힘 내에서 "백서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차기 지도부 구성에 앞서 총선 패인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있어야 전당대회 과정에서 국민 앞에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16일 국민의힘은 당선자 대회를 열고 수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및 전당대회 개최 방안을 포함해 총선 백서 제작 등 여러 주장이 분출했다. 특히 첫 발언자로 나선 안철수 의원은 "민심을 가장 잘 파악하고 계신 낙선자들의 얘기를 꼭 들어야 한다"며 반성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총선 백서' 제작은 서울·수도권 등 험지에서 생환한 당선자 중심으로 제기됐다. 서울 마포갑에서 악전고투 끝에 당선된 조정훈 당선인은 "처절하고 냉정한 분석 없이는 또 진다"며 "총선 백서는 진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당선자 대회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조 당선인은 "(패배 원인에 대한 반성)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왔고 총선 백서를 내실 있게 만들어야 하고, 많은 분들이 낙선자에게도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백서에 대한 공감대는 만들어진 것 같고 형식적인 (백서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선거가 끝난 뒤 백서를 만드는 것은 이전에도 관례적으로 이뤄져 왔다. 문제는 냉정하고 처절한 반성이 없었다는 점이다. 지난 21대 총선 참패 당시에도 백서는 만들어졌지만 △물갈이 전략 실패 △공천 갈등 △콘트롤 타워 부재 등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처절한 반성 없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차기 지도부 구성에 앞서 국민의힘 쇄신 방향을 정하는 차원에서도 백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같은 과정 없이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총선 패배 책임이 오로지 대통령실에만 있고, 마치 그 외에는 전혀 없는 것처럼 여겨져 당정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지금도 총선 패배의 원인을 놓고 대통령실 탓으로 돌리고자 하는 의견이 없지 않은데 패인에 대한 정리 작업 없이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남 탓과 책임론 이전투구가 나올 공산이 크다"며 "쇄신을 위한 큰 틀의 방향성이 정해진 뒤 당권주자들이 경쟁을 하는 모습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했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도 "총선 패배 이후에 충분한 백서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복기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당대회를 치러버리면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전에 있던 강한 관성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 당선인은 "지방선거까지 2년 남았고 대통령 선거 3년 남았고 총선 4년 남았지만, 시간은 금방 간다"며 "충분히 복기한 이후 당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청사진을 그린 다음 어떤 당대표가 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오는 5월 10일 이전에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실무형 비대위를 구성해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오는 19일에는 22대 총선 낙선자들과 함께 총선 패인에 대한 의견도 수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