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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연식은 환갑, 운영은 최첨단…로봇개·드론이 안전 챙기는 SK이노 스마트플랜트


입력 2024.05.26 09:00 수정 2024.05.26 09:00        울산 =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석유화학 업계 최초 스마트플랜트 도입한 SK 울산CLX 방문

로봇개·드론, 가스 누출 감시·게이지 측정 등 설비 안전 검사

올해 스마트플랜트 2.0 추진…연간 100억 비용 개선 효과 기대

SK 울산CLX에서 현장점검 중인 로봇개. ⓒSK이노베이션

철제 구조물로 가득한 공장에 웬 강아지 한 마리가 총총 돌아다닌다. 안전모와 안전복, 안전화까지 착용해야 돌아다닐 수 있는 위험천만한 곳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다. 위험에 노출된 것처럼 보이는 이 강아지는 사실 오히려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로봇개’다. 로봇개의 동료도 있다. 해가 쨍쨍하게 비치는 맑은 하늘 위로 갑자기 그림자가 드리워 올려다보니 드론이 얼기설기 얽힌 파이프들 사이로 날아다니고 있다.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지난 23일에 찾은 SK 울산CLX의 풍경이다.


이런 영화 속 미래세계와 같은 장면은 SK이노베이션이 도입한 ‘스마트플랜트’의 한 부분이다. 스마트플랜트는 일반 제조업의 스마트팩토리와 달리 석유화학 산업 특성을 고려한 디지털 전환의 개념이다.


2016년 석유화학업계 최초로 생산현장에 스마트플랜트를 도입한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기술을 접목해 효율성을 개선한 스마트플랜트 2.0을 추진하며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SK 울산CLX는 1962년생으로 올해 환갑을 넘은 공장이다. 하지만 환갑의 나이가 무색하게도 업계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을 넘어 주도하는 역할마저 놓치지 않는 모습이다.


VR활용한 열교환기 내부 학습. ⓒSK이노베이션

오래돼 잔뜩 녹이 슨 설비들 사이를 누비는 최첨단 로봇을 보니 60년간 SK이노베이션의 발전사를 한눈에 압축해 놓은 듯 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부터 드론, 2022년부터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을 생산현장에 투입해 설비관리의 안전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공중을 가로지르는 파이프에는 5.3m, 6.2m 등 높이들이 표시돼 있었다. 최소 10m에서 최대 20m까지라고 한다. 총 700여개의 대형 원유 탱크들은 개당 수십만 배럴의 양을 저장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큰 탱크는 지름 80m에 75만 배럴 규모다. 방대한 규모를 보니 사람이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역할을 대신해 로봇개는 12만평 정도를 상시 관리하며 드론은 정기보수와 같은 특정 상황일 때 고소지역 검사에 활용돼 효율성과 안전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한다. 두 기계는 돌아다니면서 가스 누출 감시, 게이지 측정 등의 업무 수행을 통해 사고 발생 위험이 있는 설비 발견 시 작업자에게 신호를 보낸다.


AR 활용한 비계 물량 산정.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로봇개, 드론과 같은 안전 모니터링 체계 외에도 스마트플랜트 2.0을 추진해 업무 전반에도 AI·DT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이미 개발된 국내외 솔루션을 단순 도입한 것이 아니라, SK 울산CLX 현장 상황에 맞춰 대부분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플랜트 2.0 주요 과제로는 공정 자동 운전 프로그램, 공정 자동 제어 고도화, 설비 고장 예측 솔루션, 울산CLX 통합 안전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통해 연간 100억원 이상의 비용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자체 구축한 스마트플랜트 2.0 솔루션의 지식자산화를 통해 새로운 사업모델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정창훈 SK에너지 스마트플랜트추진팀장은 이처럼 스마트플랜트 구축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 대해 ▲사람의 경험·노하우 의존 한계 ▲데이터의 대용량화 및 복잡도 증가 ▲세대교체 ▲경쟁심화 등을 극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영 환경은 점점 복잡해지고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의 양도 굉장히 많다”면서 “의사결정을 하기 쉽지 않은 와중에도 경영 환경도 많이 바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세대 교체가 굉장히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실제로 화학 플랜트에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고 화학 사고가 2배 증가했다는 리포트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우리도 세대 교체가 진행되고 있으며 종료되는 시기를 대비해 역량이 누수되지 않도록 데이터화·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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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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