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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한 남북관계, 통일 무용론은 존립할 수 없다


입력 2024.06.18 06:06 수정 2024.06.18 06:06        데스크 (desk@dailian.co.kr)

6.15공동위원회 남측위원회, 자주통일평화연대로 조직 전환

3자 연대를 단절 이유, 연방제 통일의 남한 측 주체 없어

남한의 친북 통일운동 진영은 어려운 상황에 빠졌

北, 남북관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 배경은 체제경쟁 밀려서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인근에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자주평화통일연대 등 관계자들이 대북 전단·확성기 중단 촉구 전쟁반대 긴급 평화대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15일 6.15 공동위원회 남측위원회가 조직 전환 총회를 열고 자주통일평화연대(약칭 평화연대)로 전환했다. 6.15 공동위원회 남측위원회에 앞서 2월 7일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가 해산총회를 열고 조직을 해산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2023년 12월 조선노동당 8기 중앙위원회에서 남북관계에 규정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북한과 조직을 함께 하는 단체들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먼저 조직 전환의 경과에 대해 언급해 보면 다음과 같다.


6.15 공동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은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물론 (북측위원회의 해소와 6.15 공동위원회의 진로에 대해) 사전에 협의라도 했으면 좋았겠지만”이라고 밝혀 북한 측의 일방적인 결정을 남한이 수용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민플러스 인터뷰에서) 2월 해산한 범민련 남측본부와 자주통일평화연대 결성 선언문에는 3자 연대 조직이 해소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


필자는 1995~2005년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이었다. 북한은 내내 이런 식이었다. 범민련 남측본부를 해산하고 6.15 남측위원회를 조직 전환하더라도 뚜렷한 자기 입장과 명분을 가지고 그렇게 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둘째. 그렇다면 왜 조직 전환을 해야 하는 것일까? 범민련 남측본부의 설명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우리의 이름이 그 무엇으로 바뀌든 반제자주의 숙원을 풀어야 한다는 결심과 본분을 잊지 않고 언제나 각 계층 동지들과 더불어 단결과 투쟁의 함성을 높여 자주 변혁의 앞장에서 투쟁해 나갈 것”(범민련 남측본부 해산선언문)

사실 이것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자주 변혁, 자주 통일의 관점에서 보면 남북 해외 3자 연대가 지속되는 것이 투쟁을 지속·확대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 굳이 3자 연대를 단절해야 하는 이유로써는 부족하다.


이를 잘 설명해 주는 것이 한호석 소장의 2024년 2월 2일 통일뉴스 인터뷰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북한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설명보다는 메신저를 자처하는 친북인사의 입을 통하는 것이 유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한호석의 생각은 북한 측의 입장을 거의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한호석에 따르면 3자 연대를 단절해야 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연방제 통일의 남한 측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연방제 통일을 지지하는 세력이 남측에 있기는 있는데 힘이 미약해서 그들이 집권할 수 없고 설령 어떤 기적이 일어나 그들이 집권하더라도 미국의 종미우익세력에 의해 전복될 수밖에 없다.”

범민련 남측본부의 주장은 북한의 생각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현실적으로 북한이 3자 연대 단절을 선언했으므로 이를 따를 수밖에는 없고 우리는 변함없이 가던 길을 가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반면 북한은 한국에서 친북세력이 유력한 정치세력으로 성장하여 연방제 통일을 할 가능성이 사라졌으므로 쓸데없는 노력을 하지 않겠다 이다.


요약하면 남한의 친북 통일운동 진영은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소설 태백산맥은 한국전쟁 종전 직후 빨치산들이 수류탄으로 자폭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비유하자면 통일운동 진영이 한국전쟁 종전 직후의 빨치산과 유사하지 않을까 싶다.


다음과 같은 점에 주목하면 좋을 듯하다.


첫째, 연방제 통일을 실현할 남한 내 친북세력이 와해하였다는 것은 최근 연간 국민 의식의 급격한 변화와 연관을 지어 설명할 수 있다. 2010년대 초반 미·중 갈등이 시작된 이래 한국민의 의식 구조는 친미·한미동맹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가 늘어나고 중국에 대한 경계감이 급격히 확산하였다. 반미의 대중적 지반이 거의 와해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보수진영 일각에서 주사파·친북세력의 역량을 과도하게 평가하는 것은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


둘째, 북한의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는 배경 중 하나는 체제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특히 남한의 드라마와 K-팝이 북한의 장마당 세대와 결합하면서 북한의 체제를 기저에서 흔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외견상 공세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체제 대결의 관점에서는 전략적으로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통일민족주의의 중요성이다.


한호석의 주장은 절규에 가깝다. 북한의 장마당 세대는 한국의 대중문화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고 남한의 자주통일 세력은 한국 사회의 친미화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에 따라 연방제 통일을 지지하는 세력이 집권하는 것이 기적에 가깝고 그마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만큼 북한을 둘러싼 내외 환경은 매우 취약하다. 반면 북한의 군사력과 군사적 도발에 대한 가능성 그리고 그것이 외교환경과 연관 지어 표면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양자를 함께 고려한다면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다시금 통일 문제와 마주 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쿨한 남북관계, 통일 무용론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상황이 그러하다면 남한이 다시금 통일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을 가질 때가 된 듯하다.

글/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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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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