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제3노조 "법 위에 MBC, 그 위에 방문진…이젠 안 된다"

MBC노동조합(제3노조), 12일 성명 발표

MBC문화방송 사옥 전경.ⓒMBC공식 홈페이지

처음에는 방문진도 협조적이었다. 감사원이 MBC의 경영 실패 자료를 요청하자 순차적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다 돌변했다. 심지어 MBC에 있는 자료는 MBC에 직접 요청하라더니 뒤에서 이를 틀어막았다. 방문진이 MBC에 ‘앞으로 MBC 제출 자료를 감사원에 전달하기 어렵게 되었으니 맞추어 조치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안하무인! 국민의 재산인 MBC를 관리하라고 했더니 자기 재산이 된 줄 알고 ‘손해를 보든 내다 버리든 남들은 신경쓰지 마라’는 격이다.

법도 우습게 본다. 감사원법 51조는 ‘감사를 거부하거나 자료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가벼운 처벌이 아니다. 그런데도 권태선 이사장 등 구 방문진 이사들은 눈도 깜빡 않는다. 신임 방문진 이사들의 취임을 막고 돌아와 처음 열린 회의에서 경찰의 자료 제출 요청을 거부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방문진과 MBC는 국민감사 자료 요청을 대부분 거부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이 작년 8월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를 보냈고,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가 이첩받아 수사중이다. 방문진은 이마저도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방문진은 그러면서 ‘방송의 자유와 독립’ 운운했다. 어제 낸 입장문에 따르면 “방송경영에 대한 개입은 곧 방송편성과 방송내용에 대한 관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2일 MBC노동조합(제3노조) 등이 국회 앞에 모여 '방송악법저지 및MBC정상화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데일리안 박상우 기자

포복절도할 일이다. 천둥벌거숭이 아마추어들이 미국 부동산 개발에 105억원을 투자했다 10원도 못 건지고, 테마파크를 짓는다며 파산 직전 회사에 40억원을 선지급하고 9억원 어치 싸구려 시설을 받은 게 ‘방송의 자유’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그런 코미디 같은 투자 실패는 ‘경영의 호구’라고 부른다고 권태선 이사장에게 말해주고 싶다.

범법 혐의가 뚜렷한데 방문진이 자료를 주지 않는다 해서 경찰이 수사를 접을 수는 없다. 한두번 더 자료를 요청한 뒤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것이다. 그러면 방문진과 MBC는 현 정부가 언론을 탄압한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시작할 것이다. 권태선 이사장이 또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위선도 한두번이어야 속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법 위에 MBC, 그 위에 방문진’이라는 생각은 이제 버리기 바란다. 여기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법을 지키고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에 따르기 바란다. 더구나 그것이 언론의 자유가 아닌 경영의 실패에 대한 것이라면 어떤 궤변으로 피해가려 해도 믿어주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2024년 9월 12일

MBC노동조합 (제3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