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잔액 41조 돌파…건전성 악화 불안
조달비용 증가 여파 고수익 운용자산 비중↑
고금리 지속에 고위험 대출채권 부실화 우려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카드사의 경우 오랜 기간 진행된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여파 및 조달비용의 증가로 신용판매업보다는 고수익이 기대되는 카드론·현금서비스의 사업 비중을 늘려왔다. 최근 들어 카드론 잔액이 41조원을 넘어서면서 연체율은 2%에 육박하고 있다.
캐피탈사의 경우 고금리 여파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로 높은 수익창출이 가능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 비중이 증가했다. 부동산 PF의 초기 사업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부동산 시행업체에 제공한 캐피탈사의 브릿지론의 부실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특히 신용등급 A급 이하인 소형 캐피탈사의 부동산 PF 규모는 자기 자본의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대출채권의 부실위험에 노출된 여전사에 필요한 것은 손실을 감내할 일종의 완충장치인데 이것이 자기 자본이다. 충분한 자본확충을 통해 대출채권 부실에 대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어 금융사에 대한 자기 자본비율 또는 레버리지 배율이 자본적정성 규제 지표로 이용되고 있다.
은행은 국제결제은행에서 제시한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 자본의 백분율을 이용한다. 신용위험이 위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은행업 특성상 자산별 위험가중치에 대출액을 곱해 추정된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 자본 비율을 규제비율로 활용한다.
하지만 여전사의 자기 자본비율 또는 레버리지 배율은 각각 자기 자본과 총자산을 이용해 추정한다. 여전사의 자기 자본비율은 총 자산과 자기 자본에서 창업비·개발비 등 공제항목을 차감한 후 조정 총 자산 대비 조정 자기 자본의 백분율이 이용되고 규제비율은 8% 이상이다.
또한 레버리지 배율은 조정 자기 자본 대비 조정 총자산의 배율로 산출되는데 현재 9배 이내로 규제되고 있다.
신용판매업, 할부금융·리스업을 주로 영위하던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과거 사업행태에서는 자산운용에 있어 신용위험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카드론과 부동산 PF의 자산운용 비중이 커지면서 점차 신용위험이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은 국내 금융부문 평가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비은행 부문의 자산 건전성 기준을 은행 수준으로 정비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즉 IMF는 여전사에게도 은행처럼 위험기반 자본적정성 평가 지표의 적용을 권고한 것으로 이해된다.
필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카드사에 위험반영 자기 자본비율 도입을 규제지표로 적용할 경우 카드사의 위험인식 제고로 보완자본의 성격이 있는 대손충당금 적립 증가가 이뤄졌다.
또한 캐피탈사의 경우 위험기반 레버리지 배율을 자본적정성 지표로 활용할 경우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증가하는 등 캐피탈사의 위험인식이 높아지고, 고위험투자를 줄이는 경향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캐피탈사의 위험회피 성향의 강화는 잉여자본의 증가로 인해 캐피탈사의 신용등급 개선을 가져왔다. 이는 캐피탈사의 자금 조달비용의 감소로 이어졌다.
특히 캐피탈사는 A등급 이상의 대형 캐피탈사와 A등급 이하의 소형 캐피탈사의 자산 운용상 위험감수행태에 큰 차이를 보였다. 2015년 4분기~2023년 3분기의 기간 동안 대형 캐피탈사의 위험가중자산 증가율은 평균적으로 9% 이내의 안정된 수준을 보였지만, 소형 캐피탈사의 경우 해당 증가율은 최대 100%를 초과했다.
이러한 이유로 대형 캐피탈사의 자산운용이 주로 자동차 금융 관련 할부금융·리스업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소형 캐피탈사의 경우 부동산 PF, 기업금융 등 위험자산의 비중이 큰 편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로써 위험에 기반한 자본적정성 평가지표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대형과 소형 캐피탈사에 대한 정확한 위험추정이 어려워 요구자본 추정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캐피탈사 스스로도 자산운용에 대한 정확한 위험인식에 차질이 생겨 적극적인 위험관리가 어려워진다.
결론적으로 최근 여전사의 신용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IMF의 권고대로 위험가중자산을 기반으로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는 규제 지표 도입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카드사, 캐피탈사의 정확한 위험 및 요구자본 추정이 가능해지고 올바른 위험인식을 통해 무리하게 고위험자산을 늘리는 위험감수행태를 제한할 수 있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 / rmjise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