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채상병 특검·지역화폐법 거부권 수순
정부, '거야 입법 독주' '헌정질서 파괴' 부각
한 총리 "정파적 이익만 앞세우며 국론 분열"
윤석열 대통령이 2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 3개 법안에 대한 22~24번째 재의요구안(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최다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으로서 정치적 부담감이 더해졌다. 정부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유로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를 부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9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이들 3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하고 윤 대통령에게 재가를 건의했다. 앞서 19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들이다. 윤 대통령은 4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여소야대 속에서 정치권은 '야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됐다. 윤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 속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한 총리는 '거대 야당의 입법 강행' '초유의 입법권력 남용' '삼권분립의 헌정 질서 위태로움' 등을 강조하면서, 김건희·채상병 특검법과 지역화폐법 등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제안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해당 특검법안들에 대해 정부는 이미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위반, 특별검사 제도의 보충성과 예외성 원칙 위반, 인권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재의요구를 한 바 있으며, 재의결 결과 모두 부결되어 폐기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위헌성이 조금도 해소되지 않은 법안들을 다시금 일방적으로 처리해 정부에 이송했다"며 "이번에 통과된 법안들 또한 특별검사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을 사실상 박탈해 헌법에서 정한 삼권분립의 원칙에 정면 위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순직해병특검법'에 대해선 "제3자 추천의 형식적 외관만을 갖추었을 뿐,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자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야당이 무한한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야당이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야당이 추천한 특별검사가 야당에서 이미 공수처 등에 고발한 사건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고발인이 스스로 수사담당자와 수사대상을 정하는 것은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 특검법 거부 이유에 대해선 따로 설명하는 대신, 두 특검법안들을 한데 묶어 "이밖에도 이번 특검법안들은 공통적으로 수사 규모와 기간이 전례없이 대폭 확대됐으며, 특검 수사대상에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 등의 수사에 대한 방해행위'까지 포함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등 그 위헌성이 한층 더 가중됐다"고 비판했다.
지역화폐법안에 대해선 "지방자치단체 자치권의 근간을 훼손하고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며, 재정 여력이 충분한 지자체에 더 많은 국가 재원이 투입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조목조목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한 총리는 야당을 향해 "거대 야당의 입법 강행이 멈추지 않고 있고, 초유의 입법 권력 남용이 계속되며 정치는 실종되고 삼권분립의 헌정 질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는 정파적 이익만을 앞세우며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또한 "재의요구권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이기도 하지만 △위헌적인 법률 △집행이 불가능한 법률 △국익에 반하는 법률 △정부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공세를 내용으로 하는 법률 등에 대해서는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헌법상 대통령의 '의무'이기도 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 만찬에 추경호·윤한홍·이철규·박성민 등 참석
윤 대통령이 2일 거부권을 행사하면, 민주당은 4일이나 5일 본회의를 열어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2일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여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여당 상임위 간사단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할 예정이다. '김 여사 재표결'을 앞두고, 이탈표 단속에 나서는 모양새다.
한동훈 대표는 참석 대상이 아니다. 대통령실은 이날 만찬은 매해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통령이 여당 원내 지도부와 관계자들을 불러 격려하는 차원에서 해온 연례행사라는 입장이다.
한 대표가 지속적으로 대통령에 독대를 요청해 온 만큼 시점이 미묘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만찬 참석자들 중에는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다만 '한동훈 지도부' 등 친한계 의원들도 상임위 간사단 등으로 만찬에 초청됐다.
추 원내대표를 비롯해 상임위원장 중에서는 윤한홍(정무위원장)·이철규(산자위원장)·김석기(외통위원장)·이인선(여가위원장) 의원 등이, 상임위 간사단에선 유상범(법사위)·강민국(정무위)·조정훈(교육위)·정희용(농해수위)·박성민(산자위)·구자근(예결위) 의원 등이 친윤계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