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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7만 명 사라지는데도 관련법 없다…'성인실종법' 제정 어려운 이유 [디케의 눈물 297]


입력 2024.10.11 05:08 수정 2024.10.11 05:08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성인실종법' 당장 필요하지만…사생활 및 자기결정권 침해 우려 탓에 법제화 난항

법조계 "성인,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실종돼도 CCTV 확보 어려워…DNA 수집도 못 해"

"아동은 실종 즉시 '실종아동법' 따라 수색하지만…성인, 관련 법 없어 초동조치 불가"

"사생활 침해 최소화 방안도 마련해야…스스로 잠적한 성인에게도 적용되면 악용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연간 약 7만 건 이상의 성인 실종 사건이 발생하고 있지만 관련 법이 마련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성인은 사생활 및 자기결정권 침해 우려 탓에 법제화가 어려운 것이라며 실종 아동과 달리 CCTV 기록 확인을 위해선 영장이 필요하고 DNA 정보 수집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법 제정 시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고 악용할 경우 엄벌에 처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실종자로 접수된 18세 이상 성인 건은 총 21만6042건으로 ▲2021년 6만6259건 ▲2022년 7만4936건 ▲2023년 7만4847건 등으로 집계됐다. 매년 약 7만건 정도의 성인 실종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이 중 사망자로 발견된 실종자는 ▲2021년 1445명 ▲2022년 1200명 ▲2023년 1084명이었다. 특히 성인 실종은 아동(18세 미만) 실종보다 흔하게 발생했다. 18세 미만 아동 실종신고의 경우 지난 3년을 합치면 7만3423건으로, 성인 실종건수가 3배 가까이 많다.


이는 아동의 경우 실종신고 시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에 따라 범죄 의심이 없더라도 곧바로 위치추적에 들어가는 등 수색에 나서지만 성인은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대표적으로 '전북대 수의대생 실종사건'으로도 알려진 이윤희 씨 실종 사건은 2016년 발생했지만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제로 남아 있다. 당시 이씨에 대한 초기 증거 확보는 물론 위치 추적도 이뤄지지 않아 수색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됐다.


신속한 수사가 가능하도록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인실종법' 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국회에서 수년 째 계류 중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 2건이 발의됐지만 모두 행정안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22대 국회에서도 입법 논의는 이뤄지고 있지만 크게 진척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YK)는 "실종 성인은 아동과 달리 개인정보보호 등의 문제로 CCTV 기록 확인을 위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고 DNA 정보 수집도 쉽지 않다"며 "실종성인법 법제화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침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한관계나 채권채무관계에서 타인 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사생활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과 악용 시 엄벌에 처하도록 제재수단을 마련하여 성인 실종자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18세 미만인 아동과 지적장애인, 치매환자 등은 실종아동법에 따라 소재 확인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지만 성인의 경우 관련 규정이 없어 범죄 여부가 밝혀지지 않으면 실종자를 찾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며 "실종아동 뿐 아니라 성인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관련 근거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잠적한 뒤 소재 공개를 꺼리는 성인에게까지 적용되면 악의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현재까지 입법화가 되지 않은 것"이라며 "'실종성인'에 대한 엄밀한 정의가 필요하고 범죄 관련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현재보다 좀 더 폭넓게 이를 적용하고 지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대운)는 "가족 혹은 친인척 등 실종 신고를 할 수 있는 범위에 제한을 두거나 단순 가출자와 범죄 의심이 가는 사건과의 경계를 확실히 구분해 세심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외국의 사례도 적극적으로 반영해 수사기관 내에서도 세심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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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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