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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조’ 게임업 휘청…“촘촘한 정부 지원 필요” 한목소리


입력 2024.10.28 06:00 수정 2024.10.28 06:00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게임사, 실적 부진으로 수익성 낮은 프로젝트 종료

“수익에 쫓기다 창작성 놓칠 수 있다” 우려 제기

세액공제 등 실질적 혜택과 정책 범위 확장 요구

신입 및 경력 개발자 대상 AI 교육 필요성 대두

인공지능(AI) 이미지.

실적 부침을 겪는 국내 게임사들의 선택과 집중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 수익성이 담보된 프로젝트를 제외하곤 과감히 정리하고 나서면서 곳곳에서 구조조정 소식이 들린다. 업황 부진 장기화로 벼랑 끝에 몰린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어, 산업 재부흥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내달 29일 대전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의 서비스를 종료한다. 지난 6월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버전을 출시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투입한 리소스 대비 유의미한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프로젝트 정리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프로젝트로 준비하던 ‘도구리어드벤처’, ‘프로젝트M’, ‘프로젝트E’ 등도 중단하기로 했다.


엔씨소프트뿐만 아니다. 넥슨은 지난해에만 ‘베일드 엑스퍼트’, ‘워헤이븐’, ‘빌딩앤파이터’ 등 게임 3종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넷마블은 ‘세븐나이츠’와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을, 웹젠은 ‘뮤 오리진’, ‘라그나돌’,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등의 운영을 끝마쳤다. 위메이드도 ‘미르M’의 국내 서비스를 중지했다.


프로젝트 해체에서 더 나아가 인력 조정도 단행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 상반기 지원 조직에 이어 개발 인력까지 축소하고 나섰다. 넷마블, 위메이드, 컴투스, 네오위즈 등은 올 상반기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규모로 인력을 줄였다. 중소 개발사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게임 개발사 해긴은 신작 야구게임 개발팀 직원 10여 명을 저성과자로 분류, 정리해고하기로 했다.


이승훈 안양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시기에 일부 게임사 위주로 매출이 급성장하면서 공격적으로 인력도 확보하고 투자도 했으나 그에 비해 매출이 현저히 증가하진 않았다”며 “개발사에서 게임이 출시되기 전까진 무조건 비용만 발생하는 구조라 최근 들어 일부 게임사는 과감하게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접거나 보류하는 경우가 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게임사의 핵심인 개발 부문까지 실적의 영향을 받으면서 자칫하다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실적에 매몰돼 수익성이 담보된 프로젝트만 추구하게 된다면 게임의 다양성과 창작성을 놓칠 수 있다는 경계 어린 목소리도 들린다. 정부 차원의 적극이고 촘촘한 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게임 콘텐츠라는 게 창작물이다 보니 진행 중인 인력 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프로젝트들이 의도한 방향으로 개발되지 않거나 여러 사정으로 게임은 좋아도 출시되지 못하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이용자들이 신선한 게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게임산업 진흥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0.9% 감소한 19조7900억원으로 추정,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맞닥뜨렸다.


문체부는 내년 게임 관련 예산안을 1015억9000만원으로 편성하고 이중 게임산업 육성에 713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올해 예산이었던 673억원보다 5% 정도 증액된 수준이다. 아직 세부적인 지원 분야나 예산안 편성 등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세액 공제나 확장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문체부가 육성하고자 하는 콘솔 게임에 대한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로, 콘솔 플랫폼 진출을 타진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요구된다”며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한 제작비 세액 공제나 블록체인 등 신기술 활용 게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생성형 AI(인공지능)를 필두로 개발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세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도 이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제출한 업무 보고서를 통해 해당 분야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신입 개발자가 해야 할 상당 부분의 일을 챗GPT나 제미나이 등이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주니어 개발자들의 효용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새내기 개발자의 체계적인 양성이 필요하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할 줄 아는 개발자를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 학부생을 넘어 석박사급 인력들에 대한 세심한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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