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 공연 전년 대비 티켓판매액 16.4% 감소
"오픈런 위축, 스타 마케팅 연극 영향"
공연 입문 통로로 통하던 오픈런 공연이 침체를 겪고 있다. ‘오픈런’ 공연은 쉽게 말해 공연이 끝나는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채 무기한으로 진행하는 공연 형식이다. 오랜 기간 공연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계속해서 완성도를 높이고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강점을 가진다.
오픈런 공연은 불특정 다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한다. 때문에 처음 공연을 접하기 상대적으로 쉬워 ‘입문용’ ‘초심자용’ 공연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실제로 오픈런 공연을 통해 공연의 매력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최근 공연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24년 3분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공연 시장에서 티켓예매수 기준 오픈런 공연은 전년 대비 10%대의 감소폭을 보였고, 티켓판매액 기준으로는 16.4%로 가장 크게 감소했다.
연극 분야의 상위 10개 작품을 살펴보면 ▲맥베스 ▲엔젤스 인 아메리카 ▲햄릿 ▲빵야 ▲벚꽃동산 ▲일리아드 ▲꽃, 별이 지나 ▲사운드 인사이드 ▲한뼘사이 ▲불편한 편의점 등으로 황정민, 유승호, 손호준, 고준희, 박성훈, 전도연, 박해수, 진선규, 이희준, 문소리 등 매체를 통해 인지도를 쌓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이 무려 6건에 달했다. 반면 오픈런 공연은 단 2건에 그쳤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오픈런 공연이 다소 위축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에 대해 “그동안 연극을 자주 보지 않는 관객들이 처음 입문하는 공연이 오픈런이었다면, 이제는 인기 배우들이 출연하는 대형 연극으로 돌아선 듯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요즘 관객들은 ‘저렴한 티켓’에 움직이지 않는 추세다. 공연계에도 스타 마케팅이 만연하면서 케이팝 아이돌 시장과 비슷하게 팬덤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다. 이들은 콘텐츠를 소비함에 있어서 비용이 얼마나 드느냐를 따지기 보다 좋아하는 스타, 콘텐츠 등의 ‘가치’에 비중을 둔다. 최근 오픈런 공연 보다 스타가 출연하는 공연으로의 ‘입문’이 더 잦은 이유다.
스타 마케팅으로 인한 시장 활성화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대극장 연극의 활성화로 인해 연극 시장 전체의 규모는 커졌다. 실제 연극의 활성화를 확인할 수 있는 공연건수와 공연회차는 작년 동기간 대비 각각 8.8%, 9.2% 가량 증가했고, 관객수요로 볼 수 있는 티켓예매수와 티켓판매액도 작년보다 각각 14.4%, 39%가량 더 높게 나타났다.
다만 이에 따른 부작용은 연극계의 숙제로 남았다.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이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들을 다른 공연장으로까지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스타의 인지도에만 기댄 시장의 성장 거품은 그 작품의 끝남과 동시에 함께 사라질 수밖에 없다. 장르의 고정 팬을 확보하기 위한 연극계의 진정성 있는 고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