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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산이 몰려온다”…외식업계, 이상기후에 원산지 변동 움직임


입력 2024.11.18 07:08 수정 2024.11.18 07:08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가격 경쟁력에서 이상기후로...수입산 사용 이유 바뀌어

농산물 뿐만 아니라 해산물도 수입산이 점령

“정부 차원 안전한 먹거리 장치 필요” 목소리도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0일 김장재료 수급상황 현장 점검을 위해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원산지 변동 움직임이 활발하다. 과거에는 단순히 가격 경쟁력을 위해 수입산을 썼다면 최근에는 이상기후 등으로 식자재가 부족해 어쩔수 없이 변경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저렴한 수입산 먹거리가 빠르게 한국인 밥상을 점령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18일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산 채소 수입량 전년 대비 급등했다. 올해 1~8월 중국산 배추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588% 증가한 509.4톤으로 집계됐다. 무는 487% 늘어난 6493.3톤이다. 시금치와 당근 수입량도 각각 150%, 17% 늘었다.


가공식품 수입도 늘었다. 눈에 띄는 품목은 커피다. 지난해 3.6톤에서 올해 22.5톤으로 수입량이 525% 뛰었다. 인스턴트면은 454.1톤에서 1332.9톤(193%)으로 증가했고, 새로운 품목 ‘식혜’의 올해 1~8월 수입량은 76.1㎏으로 전년 대비 70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수산물 생산량 변화는 수입 수산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상기후, 현지 어획량 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수입 국가 순위도 엎치락 뒤치락 하는 모양새다. 최근 노르웨이·칠레산 연어와 우리 원양어선이 포클랜드에서 잡아 온 오징어, 베트남 새우 등의 인기가 높다.


특히 국내에서 유통되는 명태 대다수는 러시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러시아산 명태 수입액은 2억9578만 달러(약 3936억8000만원)로 전체의 78.5%에 달한다. 냉동이 아닌 냉장 상태로 수입하는 명태는 생태탕에 주로 쓰는데 수입량 중 95.5%는 일본산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입산 식자재 의존도 높아지는 것은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 뿐만 아니라, 수급 불안정에 원인이 있다”며 “국내 식자재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안정적인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문제는 수입산도 안정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점”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이상 고온 등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수입산 식자재 수급이 어려워지거나 국내산보다도 가격이 높아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당장 안정적인 식자재 수급을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제주시 이도1동 제주동문수산시장에 해산물 구입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뉴시스

그렇다면 수입산 식재료 사용이 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상 기후로 각종 농산물과 해산물 등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농식품부는 수급 및 물가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산 식재료에 대한 탄력적 대응이 어려워지면서 수입산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특히나 업계서는 중국산 식자재를 선호하고 있다. 이유는 한국과 같은 위도에 있어 국내 농산물 출하 시기와 품질이 비슷하다는 장점이 크다. 또 국토 면적이 넓어 대체 산지가 많고, 특정 지역의 작황이 좋지 않으면 국민 전체가 영향을 받는 한국과 상황이 다르다.


저렴한 중국산 농산물과 가공식품류는 주로 원가 절감이 필요한 가공식품과 단체 급식, 외식 식자재 부문에 쓰이고 있다. 엔데믹 이후 고(高)물가가 이어지면서 원가 절감을 위해 식재료들을 중국산으로 대체하는 자영업자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문제는 ‘국민 안전’이다. 중국산 식자재에 대한 안정성이 여전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올해 중국산 당근에서 기준치의 5배가 넘는 잔류 농약이 나와 회수조치가 됐고, 중국산 월병 제품에서 수세미가 섞여 들어간 것이 적발됐다.


중국에서의 위생 이슈는 비단 ‘남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국내 외식업계는 고춧가루부터 김치 등 주요 식재료 중국산 의존도가 높다. 중국에서 위생 이슈가 터지면 자연스럽게 한국 자영업자들도 타격을 받는 구조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 때문에 국산만 고집할 수도 없어 막막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중국은 값싼 땅과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각종 농산품을 기르고 생산한다. 맛은 국내산에 비해 떨어지지만 워낙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우리 시장에서 힘을 갖는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의 식재료 값이나 인건비 차이, 규모 등을 감안하면 국산 김치의 가격 경쟁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최근 외식업계는 인건비와 임대료, 공공요금 등이 모두 치솟아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국산으로 변경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산 식재료가 힘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신선농산물의 경우 지난해 국내 작황 부진으로 수출도 1년 전보다 0.5% 줄었다. 이에 정부는 수출용 물량 확보 및 품질 관리를 위해 수출통합조직을 확대하고, 스마트팜 단지에 수출 전문 단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최소한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위생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행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원료 혹은 완제품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사 등이 대표적이다.


가공식품과 급식, 외식은 소비자가 재료를 선택할 수 없는 분야다. 주는 대로 먹어야 하고, 원산지 역시 적어 놓은 대로 믿어야 한다. 이미 수입한 제품을 검역하는 ‘사후약방문’식의 식품 안전 정책을 넘어 수입업자에게 책임을 묻는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고 교수는 “그간 수입산 재료에 대한 위생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외식업계 자체적으로 좋은 재료를 선별해 사용할 수 있는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 이라며 “정부가 지자체를 중심으로 판로 개척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한편, 외식업계에서 국산 재료를 쓸 수 있는 다양한 유도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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