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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뺏는 늙은이? 이대로면 노인 부양에 ‘청춘’ 바칠 수도


입력 2024.11.19 06:00 수정 2024.11.19 06: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정년 연장에 따른 청년 일자리 감소

직·간접 영향 피하기 힘들어

다만 노인 일 안 하면 청년 더 부담

연공서열 중심 임금 체계 변화가 시작

지난해 11월 경기도 용인시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에서 열린 하반기 일자리 박람회 '청년 잡페어(JOB FAIR)를 찾은 방문객들이 채용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정년을 연장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청년층 일자리 문제다. 은퇴해야 할 나이의 노인들이 여전히 일자리를 꿰차고 있다 보니 청년층에 돌아갈 몫이 없다는 주장이 많다. 물론 반대 주장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2020년 2월 발표한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이 미치는 효과’를 보면 장년층 고용 연장은 일정 부분 청년층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 60세(이상) 정년 의무화로 인해 민간사업체에서 고령층(55~60세) 일자리는 증가했다. 반면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감소했다. 이런 효과는 기존 정년이 낮았던 업체에 집중했다.


60세로 정년을 연장한 이후 고용 변화를 사업체 단위에서 분석한 결과, 정년 연장 근로자가 1명이 많으면 고령층 고용은 0.6명 증가하고 청년층 고용은 0.2명 감소했다.


특히 제도 변화 당시 100인 이상이었거나 기존 정년이 55세 내지 그 이하였던 사업체에서 고령층 고용 증가 폭과 청년층 고용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실제로 정년 60세 법제화가 시행된 2016년과 2017년에는 청년 실업률이 9.8%로, 법 시행 이전의 7~8%보다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보고서는 “정년 연장이 급격하게 이뤄지면 부작용이 상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정년을 점진적으로 증가시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한편 정년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고령층 근로자들을 정책적으로 배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정년 연장이 청년 취업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2010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간한 ‘세대 간 고용 대체 가능성 연구’ 보고서에서 “고령층 고용률은 청년층 실업률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를 가지지 않으며 청년층 고용과 고령층 고용 사이에 부정적인 상관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청년층과 고령층 간에는 업무 분야가 달라(직종 분리) 둘 사이가 대체 관계라기보다 보완관계라고 봤다.


젊은 층이 오히려 정년 연장을 찬성한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매경이코노미가 최근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20~60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정년 연장 관련 설문을 한 결과 젊은 층일수록 정년을 늦춰야 한다고 답했다.


60대 이상 응답자 28.5%가 적절한 정년 연령을 ‘60~63세’로 꼽은 반면, 20대와 30대는 각각 32.5%, 38%가 65~67세 정년을 추천했다.


서울 도봉구에서 한 노인이 폐지를 줍고 있다. ⓒ뉴시스
연공서열 임금 체계부터 바꿔야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층이 정년을 더 늦추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는 연금 수급과 장기근속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한 결과”라며 “고령층이 적정 정년 연령을 낮게 선택하는 건 이미 은퇴 계획을 설계하는 상황인데, 갑작스러운 정년 연장 논의에 대해 반발감이 표출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년 연장에 따른 청년 일자리 감소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급여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다수 전문가는 지금처럼 호봉제를 계속 고집하면 고령층 고용 연장에 따른 부담(고연봉)이 청년 채용 단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임금 체계가 임금피크제다. 임금피크제는 정년 직전 수년 동안에 임금의 일부를 삭감하는 방식이다. 기업 인건비 압박을 줄이고 그만큼 청년 고용에 여력이 생긴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임금피크제는 급여 삭감이 체계적인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정해지면서 임금공정성 인식을 저해할 수 있다. 이는 노동자 생산성, 업무 몰입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에서 선호하는 임금 체계는 직무급제다. 담당 업무나 직급에 따라 급여에 차등을 두는 제도다. 표준·객관적인 직무분석과 평가를 통해 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인데, 직무분석·평가 기준의 객관성과 적합성이 중요하다.


직무급제는 결국 능력에 걸맞은 임금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나 원청기업과 하청기업의 차별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개별 기업 차원에서 직무급을 도입하면 현실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정년은 청년층의 노인 인구 부양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연장이 불가피하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에 따르면 2022년 현재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가 노인 등 비경제인구를 부양하는 비율은 0.4명이다. 돈을 버는 두 명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1명을 돌보는 것이다.


그런데 2050년이면 경제활동인구 1인이 비경제인구 1.2명을 부양해야 한다. 30년 사이 세 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노인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 그만큼 청년에게도 부담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순히 한 직장, 같은 자리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하는 기계적 정년 연장은 무의미하다”며 “산업별 노동력 이동이 쉽도록 노동 공급의 '탄력성'을 획기적으로 키우고, 노동시장 경직성을 강화하는 연공서열에 기반한 임금제도부터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임금·경직성 걱정하는 기업, 영화 ‘인턴’이 주는 힌트 [정년 연장⑥]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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