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환각 목적 프로포폴 '묻지마' 제공…하루 10시간 투약한 사례도
7개월간 15억원 판매…폭력조직원까지 의원 상주하며 중독자 관리
돈만 내면 결제한 액수만큼 의료용 마약류인 프로포폴을 무제한 투약하는 방식으로 7개월간 15억원 상당의 프로포폴 등을 불법 판매·투약한 의사와 상습 투약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팀장 김보성 강력범죄수사부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조해 프로포폴 불법유통을 집중 수사한 결과 A의원 관계자 8명, 프로포폴 중독자 24명 등 총 32명을 입건해 전직 의사 서모(64)씨 등 7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프로포폴 등을 불법 투약한 중독자 등 24명은 불구속기소하고, 도주한 범행 총책 윤모(47)씨는 기소중지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씨 등 8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A의원에서 수면·환각을 목적으로 총 417차례에 걸쳐 약 14억5800만원 상당의 프로포폴과 전신마취제인 에토미데이트를 중독자들에게 주사하는 방법으로 판매·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상담실장 장모(28)씨가 중독자들이 결제한 액수만큼 투약량을 결정하고, 면허가 없는 간호조무사들이 주사를 놨다.
이들은 결제한 만큼 무제한으로 프로포폴 등을 투약했는데, 하루 최대 결제 대금은 186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대 투약 시간은 10시간 24분이었다. 중독자들이 요구하면 새벽 시간에도 의원 문을 열고 투약해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기존에는 중독자들이 여러 병의원에서 피부·성형 시술을 받는다는 핑계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해왔는데, A의원은 오로지 수면·환각 목적으로 프로포폴 등을 판매·투약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 안에 '피부관리실'로 불리는 독립 공간을 만들어놓고 프로포폴을 투약할 침대, 냉장고, 주사기 등을 구비해놨다고 검찰은 밝혔다.
보건 당국 감시를 피하고자 의사, 사무장, 의료기관 개설자까지 가담했고, 중독자들을 관리·통제하기 위해 폭력조직원까지 자금관리책 역할을 하며 의원 현장에 상주했던 것으로도 조사됐다.
서씨는 범행을 숨기려고 총책 윤씨 등이 확보해 온 260명 명단을 토대로 이들에게 의료목적으로 프로포폴을 처방·투약한 것처럼 총 873차례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허위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수사 중 확인된 에토미데이트의 의존성 등을 토대로 마약류 지정을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며 "식약처와 공조해 의료용 마약류 불법유통에 대해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