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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조’ ETF 시장…“투자자 보호로 질적 성장 유도해야”


입력 2024.12.19 18:15 수정 2024.12.19 18:22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다양한 상품에도 정보 제한…이해 부족 발생

유관기관 정보간 괴리…일원화된 공시 필요

상품 구조 변화·운용사 보수 인하 경쟁 ‘주목’

19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진행된 ‘ETF 시장의 변화와 발전 방향’ 세미나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패널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서진주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170조원으로까지 급성장하면서 질적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자산운용사들이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면서 양적 성장을 이끌었지만 질적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가 요구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수정 숭실대학교 교수는 19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ETF 시장의 변화와 발전 방향’ 세미나에서 ‘ETF 성과요인 및 발전 방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국내 시장에 수많은 ETF가 출시됨으로써 개별 상품의 차별성이 흐릿해 투자자들이 상품을 선택하기 어려워진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ETF 시장에는 930종목이 상장돼 있다. 전체 ETF 순자산 규모는 173조원으로 공모펀드 내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주요국 중 대만(61%)을 제외하면 국내 시장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ETF 시장 규모와 상품이 급속도로 늘어난 만큼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게 최 교수의 주장이다. 구체적으로는 괴리율·추적오차·수수료율 등 일원화된 공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가 시스템을 통해 제공하는 ETF 정보가 각각 달라 투자자 입장에서는 제한적인 정보를 얻고 있다”며 “유동성이 부족한 ETF에 대해 투자자들이 암묵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ETF 가격 관련 정보는 한국거래소가 제공하고 있으나 상세 보수율 관련 정보는 금융투자협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한국거래소가 제공하는 총 보수 내역에는 매매 및 중개수수료율이 포함되지 않는다.


그는 “ETF 시장 확대에 따른 상품 다양화로 투자자들에게 관련 정보가 미제공돼 이해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ETF 정보의 비교 가능성이 낮은 만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가 서로의 시스템을 합치는 방향이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장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행사 패널 토론자로 나선 최철호 한국거래소 증권상품시장부장도 상품 개발·출시 과정에서 소규모·저유동성 ETF에 대한 운용사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부장은 패널 토론에서 “시장의 상품 수가 많은 것보다 유사 상품이 많아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유의해야 한다”며 “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큰 상품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기존 소규모·저유동성 상품이 상장폐지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진행된 ‘ETF 시장의 변화와 발전 방향’ 세미나에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서진주 기자

또 다른 주제 발표자인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ETF 시장의 변화에 주목했다. 권 연구위원은 “전통적인 시장대표지수 추종형에서 파생형·액티브형·테마형 등으로 상품구조가 다원화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파생형·테마형 ETF의 성장세가 부각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파생형 ETF의 순자산은 전체 시장에서 33%를 차지하고 있으며 테마형은 지난 2021년부터 순자산과 신규 상품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ETF 시장의 성장세에 신규 운용사가 늘어나기도 했다. 지난 2021년부터 ETF 시장에 도전하는 운용사가 증가하기 시작해 현재 26개사가 시장을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운용사·상품 증가로 치열해진 점유율 경쟁에서 비롯된 ‘보수 인하’는 걸림돌이다. 무리한 경쟁으로 운용사의 경영건전성 훼손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권 연구위원은 “시장대표 지수형 및 기초자산형을 중심으로 국내 ETF 시장 전체의 운용보수율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ETF 시장의 보수 경쟁이 시장대표지수형에 국한돼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권 연구위원은 “비전통 상품 유형인 파생형·테마형·액티브 주식형 등의 보수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상승했다”며 “운용사들이 전통적 ETF에서의 수익 저하를 새로운 유형에서 상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보수 경쟁에 대한 시장 우려에 대해 “운용사간 경쟁보다 시장에 투자자 선택지를 넓히는 데 주력해 양적 성장과 투자자 교육에 힘쓰는 등 질적 성장도 함께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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