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국면서 한동훈 지지율 하락…오세훈·홍준표 약진
실제 출마할 주자 다수 관측…당내 경선부터 치열할 듯
오·한·홍 3파전 속 나경원·안철수·원희룡·유승민 주목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속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국민의힘 잠룡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순 없지만,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비해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모습이다. 특히 '1강' 구도가 탄핵 정국에서 사실상 사라진 만큼,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는 상반기에 국민의힘 잠룡들 간 물밑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의 대권주자(가나다순)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등이 거론된다.
탄핵 정국 전까지는 한동훈 전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강'을 형성하고 있었지만,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전후로 지지율이 하락해 다른 잠룡들에게도 '도약 기회'가 생긴 모양새다.
본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3~24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국민의힘 지지층 307명을 대상으로 범여권 대권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오세훈 시장이 19.0%, 한동훈 전 대표가 18.8%, 홍준표 시장이 17.4%, 원희룡 전 장관이 14.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또 나경원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은 동률인 4.2%, 안철수 의원 3.8%로 뒤를 이었다. 김태호 의원은 0.9%였다.
타 조사에서도 '1강' 구도는 사라진 모습이다. 경향신문이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8~29일 100%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차기 대권주자와 관련해 질문한 결과, △유승민 전 의원(15%) △한동훈 전 대표(12%) △오세훈 시장(11%) △홍준표 시장(9%) △안철수 의원(7%)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280명)으로 한정할 경우 △오세훈 시장(23%) △홍준표 시장(21%) △한동훈 전 대표(20%) △안철수 의원(4%) △유승민 전 의원(2%) 등으로 기록됐다.
한국갤럽이 같은 달 17~19일 100% 무선전화면접으로 차기 대통령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37%)에 이어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대표와 홍준표 시장이 5%로 동률이었고, 오세훈 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 등이 2%, 안철수 의원이 1%로 집계됐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민심이 민주당에 다소 쏠려 있는 상황 속에서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상대해야 하는 만큼, 국민의힘 당내 경선부터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당원선거인단 투표 50%, 국민여론조사 50%를 반영해 대선 후보를 결정한다. 최근 여론조사 흐름을 봤을 때 현재까지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경쟁은 오세훈 시장,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시장의 3파전 구도로 예상되고 있다.
관건은 누가 강성 지지층부터 중도층까지의 확장성을 입증할 수 있느냐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인용돼 조기 대선 국면이 될 경우 이러한 측면에서 한동훈 전 대표가 재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현재는 탄핵을 반대하는 당원들이 많지만, 어느 순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된다면 그때는 (당내)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며 "탄핵이 인용된다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탄핵을 반대하는 토끼든, 탄핵을 찬성하는 토끼든 그때는 그것(탄핵 찬반 입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재명 대표와 경쟁했을 때 가장 경쟁력 있는 사람을 세울 수밖에 없는데, 그게 한동훈 전 대표"라고 말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도 "비상계엄 관련자들이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더 많은 일이 밝혀질 것이다. 그러면 완전히 당의 지지율이 무너지고 당은 가장 최악의 위기를 겪을 것"이라며 "변화와 쇄신을 위해서, 그리고 이재명 대표와 잘 대적할 수 있는지를 보고 본선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지금 한동훈 전 대표밖에 없다"며 "또 팬덤이 있는 여권 잠룡은 한동훈 전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전 대표가 주춤하는 사이 가장 크게 약진한 인물로 평가되는 인물은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오세훈 시장이 공식적으로 조기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부인도 하지 않고 있고, 정치 현안에 목소리를 내는 날이 잦아지면서 대권을 위한 몸풀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홍준표 시장에 대한 강성 지지층의 지지가 여전하긴 한데 확장성에 대한 우려가 많이 제기되는 것 같다"며 "한동훈 전 대표는 탄핵 건에 대해 오락가락한 행보가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당대표 프리미엄이 없어진 상황이고 특정 연령이나 특정 지역에서 지지기반을 구축해야 하는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본선 경쟁력을 기준으로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 오세훈 시장 쪽으로 힘이 약간씩 쏠리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 가장 먼저 조기 대선 출마를 시사한 홍준표 시장을 본선 후보로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홍준표 시장은 탄핵 정국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을 출당시켜야 한다는 등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당원과 보수 지지층의 지지를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되는데, 이를 기반으로 조기 대선시 당내 경선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내 경선에서 홍준표 시장이 아무래도 당원들의 지지를 받지 않겠느냐. 당내 경쟁력이 타 주자들보다 있다고 봐야 한다"며 "홍준표 시장이 우클릭을 하는 건 대선 전초전으로 이른바 포지셔닝을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선호도가 높은 원희룡 전 장관도 여권 내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원희룡 전 장관은 지난 총선에서 험지를 넘어 사지라 불리는 인천 계양을에 스스로 출마를 자원해 이재명 대표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선전을 펼치며 본선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특히 보수 진영의 '원조 소장파'인 원희룡 전 장관이 국민의힘에 씌워진 '내란 옹호 정당' 프레임을 없애고 쇄신을 통해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는 인물로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