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에서 체포돼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아온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씨의 신병이 결국 미국으로 넘겨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경찰청은 31일(현지시간)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권씨의 신병을 미국 사법당국 관계자와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인계했다”고 밝혔다. 권씨가 미국으로 인도된 것은 지난해 3월23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여권 소지 혐의로 체포된 지 1년 9개월여 만이다.
보얀 보조비치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은 앞서 지난 26일 ‘권씨를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한다’는 명령서에 서명했다.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권씨의 미국 인도와 관련해 성명을 통해 “범죄의 중대성과 범죄 장소, 범죄인 인도 청구 순서, 범죄인의 국적을 기준으로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그 결과 권씨를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를 한다고 결정했으며,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권씨의 현지 법률대리인들은 보조비치 법무장관의 명령서 송달 절차가 문제가 있다며 이의 신청을 했다. 이들은 또 의뢰인 권씨의 기본 인권이 침해됐다며 몬테네그로 헌법재판소와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몬테네그로 정부는 이를 기각하고 이날 미국으로 권씨 신병 인도를 최종 결정했다. 몬테네그로 헌법재판소는 이미 권씨가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결정권을 법무장관에 넘긴 대법원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을 기각했고 유럽인권재판소도 구속력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의 수배를 피해 해외를 떠돌던 권씨는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약 50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초래한 테라폼랩스의 공동 창업자다. 폭락 사태 직전 싱가포르로 출국한 후 잠적했으며,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했다.
이후 2023년 3월 몬테네그로 공항에서 다시 두바이행 항공기에 타려다 위조여권이 발각되어 체포돼 4개월간 수감됐고, 형기를 마친 뒤에는 외국인 수용소로 이송됐다. 한국과 미국 사법당국이 그의 신병 확보 경쟁을 벌여왔다.
권씨는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의 미국 인도 결정에 맞서 한국으로 송환되기 위해 법적인 수단을 총동원해왔으나 결국 미국으로 신병이 넘겨졌다. 그가 경제범죄 형량이 높은 미국으로 인도될 경우 사실상 무기징역에 가까운 강력한 처벌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고, 권씨 측도 한국행을 희망해 왔다. 미국은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여서 100년 이상 징역형도 가능하지만,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40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