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문체부와 갈등 등으로 씁쓸한 퇴장
변화 원하는 체육계 열망, 유승민·김동문 등 새로운 얼굴에 힘 실어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결과 촉각, 정몽규 회장 4선도 실패할지 관심
대한체육회장 3선에 도전했던 이기흥 전 회장에 이어 김택규 현 대한배드민턴협회장까지 연임에 실패하면서 체육단체장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김동문 원광대학교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23일 대전 동구 호텔선샤인에서 열린 제32대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에서 유효표 154표 중 가장 많은 64표를 받아 43표를 기록한 김택규 현 회장을 제치고 신임 회장으로 당선됐다.
반면 김택규 현 회장은 연임에 실패했다.
당초 김택규 회장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대한배드민턴협회 선거운영위원회로부터 입후보 자격이 박탈됐다가 ‘입후보 금지 조처’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우여곡절 끝에 이번 선거에 나섰다.
2021년 1월 제31대 회장으로 당선됐던 김택규 회장의 입지는 2024 파리올림픽 이후 크게 흔들렸다.
여자 단식서 금메달을 획득한 안세영이 우승 직후 취재진과 인터뷰 및 기자회견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저격하는 발언을 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택규 회장은 “안세영 선수와의 갈등은 없었다”며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나섰고, 조사위원회의 조사에서 횡령·배임 혐의가 드러나 김 회장은 해임 권고를 받기도 했다.
뒤늦게 출마 자격을 회복해 선거에 나섰지만 배드민턴계의 신임을 잃은 그를 대신해 표심은 배드민턴 레전드 김동문 교수에게 향했다.
체육단체장이 연임에 실패한 건 지난 14일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3선에 실패한 이기흥 전 회장에 이어 김택규 회장이 두 번째다.
이 회장 또한 체육회를 사유화한다는 비판 속에 주무부처인 문체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횡령, 배임, 업무 방해 등 각종 비위 혐의를 받아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받으며 여론이 악화됐다.
결국 체육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졌고,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새롭게 체육회장 자리를 꿰찼다.
이제 시선은 내달 예정된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로 쏠리고 있다. 4선 도전에 나선 정몽규 회장 역시 앞서 낙선한 이들과 마찬가지로 사법리스크를 떠안으며 여론이 좋지 못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앞선 선거 결과에서 보여지듯 정몽규 회장 역시 4선 연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일각의 기대감도 피어오르고 있다.
문제는 정 후보의 대항마로 자리하고 있는 신문선 교수와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 모두 나이가 많아 세대교체의 명분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기흥 회장을 누른 유승민 당선인은 1982년생의 젊은 인재고, 1975년생인 김동문 교수는 김택규 회장보다 10살이나 어리다.
허정무, 신문선 후보가 변화를 원하는 축구계 바람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안다.